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10)

by Anima

# 봉 주리와 이 진상


봉 주리는 이 진상과 만난 그날을 떠올려 본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몰려 핫한 곳이라는

홍대입구 근처에 살 때다.

근처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는 이모의 소개로

이모 친구 아들이라는 이 진상을 만났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그 운명의 서교호텔 커피숍.

봉 주리는 혼자, 이 진상은 모친과 같이 나왔다.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서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 남자 옆에는 눈이 쑥 들어가고

눈초리가 올라간, 몸집이 작은 여인이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주고받다가

모친은 가버리고 둘만 남았다.


안녕하세요? 봉 주리라고 해요.

이 진상이라고 합니다. 차 마시지요.


그리고 둘 사이에는 10분간의 정적이 흘렀다.

짧은 시간에 봉 주리는 그 남자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키는 작고 까무잡잡한 낯빛에

세모난 얼굴형인 이 진상은 어렸을 때는

귀염깨나 받고 자란 인상이다.

봉 주리로 말할 것 같으면 165cm의 키에

50kg을 넘을까 말까 한 날씬한 체형에

큰 눈망울을 가졌지만 약간 각진 얼굴이

콤플렉스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한다.

큰 키만 물려주실 것이지.


둘 사이에 침묵이 20분을 향하고 있을 때

봉 주리가 발딱 일어났다.

별로 할 얘기도 없는 것 같은데 그만 일어나시지요.


순간 당황한 남자는 얼굴이 벌게지며

할 수 없이 같이 일어났다.

그리고 둘은 큰길에 이르러 각자의 길로 갔다.

한 치의 미련도 없이 가던 봉주리가 언뜻

뒤돌아보니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표정은 아마 울상이었을 게다.


중학교로 초임 발령을 받고 나서 3년이 될 때까지

봉 주리가 소개팅을 나가거나 맞선을 본 것이 30회가 넘는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나간 셈이다.

봉 주리가 남자와 결혼에 환장을 해서가 아니다.


엄니, 제가 당장 독립하고 싶지만 엄니가

여자 혼자 살면 못 쓴다 하시니

결혼이라는 걸 하고 나갈까요?

남들 다 하는 것, 결혼은 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총각 선생님 없니?

총각 선생님은 섬 색시가 가로채서 없다니까요.

멀쩡하게 생긴 게 애인도 없고 매일

학교에서 집만 오가니 한심하네.

제가 30살 전까지 결혼 상대를 구하다가

못 하면 독립 출가할게요.


갔다 오더라도 결혼은 해야 한다는 어머니 말에

결혼을 옆집 나들이처럼 쉽게 생각했다.

독립의 수단으로 여겨 누가 소개해 준다면

재미 삼아 가볍게 나갔다.

모친도 인맥을 총동원해서 열심히

신랑감을 물어다 날랐다.

진중하지 못한 태도로 임한 일이

잘 될 리가 없었다.

서로 시간만 허비하고 자신과 남자,

결혼에 대한 혐오만 키우며 지쳐가던

어느 날 이 진상 모친이 6개월 만에 연락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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