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11)
지친 나머지 결혼했다고 하면 맞을까,
남들 다 하니 나도 해봐야지 하는 마음에서 일까,
어머니 말대로 갔다가 돌아오는 한이 있어도
한 번은 해야지 하는 마음일까.
복합적인 여러 이유를 합리화하며 봉 주리는
이 진상과 다시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이 진상의 실체를 모를 때는 그저 착한 사람이고 말솜씨가 없어서 말을 아낄 뿐이라고 생각했다.
봉 주리를 공주 대하듯이 귀하게 여기는
이 진상의 행동만으로 그를 판단했다.
눈이 마주치면 밥 먹다 말고 사랑에 탐닉하고
몇 남자와도 느끼지 못했던 절정을 맛본 적도 있으니 생각할수록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한다.
봉 주리는 결혼 생활 3개월 만에 가족들이 쉬쉬해서 몰랐던 이 진상의 무능력과
미성숙한 인격, 폭력적인 인성을 알아버렸으나
이미 아기를 잉태하고 있었다.
더 이상 남편과 장차 태어날 아기의 아빠로
그를 대하며 살 자신이 없었다.
교직이 그때만큼 부담스러운 적도 없었다.
1년도 안 돼서 이혼한다면 동료들이
뭐라 할 것이며 학생들 앞에서
선생 입네 하고 떳떳이 나설 수나 있을까.
같이 살 수도 없고 이혼할 수도 없다.
더욱이 이 진상은 절대 이혼을 할 사람이 아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한다며
진저리 치게 괴롭힌다.
내가 잘못한 게 무어냐,
툭하면 친정으로 달려가질 않나,
돌아와서는 밤마다 비명을 지르질 않나,
하늘 같은 남편과 시부모 알기를 개똥같이 여기니 그런 행동을 하겠지, 그래? 안 그래?
별거? 이혼? 좋아하시네. 절대 안 돼! 내가 지옥까지 따라갈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