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러고 다녀?
뭘?
차 안에 여자 속옷은 또 뭐야?
아, 그거 선배가 우즈베키스탄에 보낸다고 사다 달라기에......
그런데 이제 필요 없어졌대. 자기 입어.
이 말을 믿어야 하나, 참 변명도 궁색하다.
메일을 여러 번 열어놔서 어쩔 수 없이 보게 한 후에 이번엔 속옷이라니 할 말이 없다.
연핑크 고운 레이스 달린 속옷을 고이 포장해 증거물로 남겨 놓았다.
혼자 살고 싶다.
다시 행복을 찾았다고 사랑을 회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장을 만날 때부터 했던 착각이었나 보다.
다 데리고 가버리라고 했다.
이제 다 귀찮다고 했다.
정말이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있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고 말하지 않았다.
그만큼 힘들다는 외침이다.
또 기구한 팔자 탓만 하면 편해질까?
내 한심하고 어리석은 성격을 실컷 욕하는 것이 낫겠다.
그를 사랑하지만 이미 좋아하지 않는 나,
이 말을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있을까?
스스로 위로하려고 편해지려고 애쓴다.
그런 나를 그의 방식대로 손 잡고 껴안고
입 맞추고..... 교태를 부린다.
진심인지 가식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진심이건 가식이건 지금은 받아 줄 마음이 없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곧 풀릴 나인 것을 장은 너무 잘 안다.
멍청하고 한심한 여자,
매번 당해도 받아들이는 여자.
글을 다 쓰고 맨다리가 으스스해지면
‘난로가 필요할 뿐이야’ 하면서
그의 품에 파고들 것이 뻔하다.
처음 이혼하고 혼자 살 때 친구가 말했다.
너는 혼자 살지 못할 거라고.
오래전에 잠시 사랑했던 남자가 그랬다.
자기보다 좋은 사람 만날 거라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믿었다. 정말 그런 것 같다고 받아들였다.
지금은 그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혼자도 살 수 있다고, 내게 좋은 사람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가 나를 필요로 해도 내게 그가 필요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인 그것이 내 뜻이라서,
내 마음이 가는 길이라서.
혼자 살고 싶지만 아직은 그가 필요하다.
그도 물론 내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애들에게 부모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리석은 나를 이용하는 그와
아직은 헤어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