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을 위하여

by Anima

역시 그는 젊다.

아직도 여자 속옷을 사면서 설레는 나이니까.

안타깝게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부창부수, 나도 가까이에 젊은 호가 있다.

하루에 한 번씩 꼭 문자를 보내온다.

확인하면서 또 너구나, 내 마음은 그저 그런데

그는 나이에 맞지 않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곰살맞은 문자를 보내온다.


장이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집 앞에까지 와서 만나자고 했지만 거절했던 사람이다.

직장에서 보고 그가 보내는 문자에 답하면 그만이다.

보고 싶다느니, 생각을 많이 한다느니,

전화를 먼저 안 한다고 투정이다.

호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나보다 5살이나 젊은 사람이다.

간호사를 아내로 둔 어린 남매의 아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와 내가 불륜관계는 아니다.

장 때문에 복수를 가장한 채팅을 하고

이제는 없는 수와는 사랑이라고 부를까 말까 하는 만남을 가졌지만 그는 직장 동료이고

굳이 말하자면 남사친이라고 해야 할까 보다.


또 어린 남사친? 내가 먼저인지 상대방이 먼저인지 만났다 하면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적다.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으로 보였던 내 얼굴이 30, 40을 지나면서 나이보다 젊게 보는 현상이 생겼다.

아버지가 호적을 10년 먼저 올리셔서 그렇다고, 어릴 때 나이를 미리 먹어버려 이제 그걸 빼서 쓰고 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호와는 같은 과목을 가르쳐서 시험 문제도 의논하고 과협의회도 하면서 친해졌다.

내 얼굴을 살피며 고민 있는지 물어보고

남들이 과한 질문을 해대면 방어해 준 사람이다.

베이지색, 회색 등 점잖은 색이 어울리지 않는 나는 남들에 비해 화려한 옷을 즐겨 입었는데

언젠가 초록과 검정 체크무늬 재킷에

주황색 치마를 입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

친하지도 않은 앞자리 동료가 감나무냐고 웃어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그가 나서서 실례되는 말씀 삼가라고 해서 상대방의 사과를 받은 일이 있었다.

사실 감나무처럼 보이긴 했다.

후에 둘이 깔깔거리다 그 옷은 입지 않기로 했다.

여담이지만 감나무 운운한 남자는 결혼한 지 3년이 안 돼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가정생활에 문제가 많아 우울증에 걸렸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모두 놀랐지만 호와는 비교적 친한 사람이라서 충격이 더 컸었다.

부서원끼리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어,

아직 버리기에는 아까운 젊음을 추모하였다.

나는 호의 애인이 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게다가 친구라고 하면서 애인처럼 행동한다면 더욱 아니다

장의 외도로 채팅을 시작했던 수에게처럼 아픈 사랑을 하고 싶지 않다.

앞날에는 이별이든 죽음이든 반드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새벽 1시가 되었다. 장은 또 들어오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마음이 전보다는 나아졌다.

오늘은 정말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판을 두드리며

응, 왔어?’하고 말해야겠다.

밖에서 무슨 큰일을 하려나 본데

하찮은 내 기분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면 안 된다.

오늘도 재워 달라고 하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쓰다듬어 줘야지.

가끔은 정말 사랑스럽다. 너무 자기중심적이라서, 너무 단순해서, 화를 잘 풀어서 사랑스럽다.

그 사람을 보면 입 다물고 있는 게 낫다.

한 번 웃어주면 더 좋다.

‘이제 자자.’할 때 만사 제치고 달려가면 좋아한다.

내 입에서는 ‘먼저 자. 나는 할 일이 있어’이런 말이 나올 테지만 몇 분 안 가서 품속을 파고들면

더할 나위 없는 한 쌍의 원앙이다.

새벽에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들어와서

내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바라는 사람에게 오늘은 ‘또 시작이군’

이런 말 따위는 듣지 말아야겠다.

늘 그래왔으니까, 잠시 쉬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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