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부부

by Anima

유턴을 해 고가로 진입을 하려는데 하얀 차가 내 앞에 끼어들어 부딪힐 뻔했다.

조금 주춤하는 것 같더니 그대로 끼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면했다.

고가에 진입하고 옆 차선으로 나란히 달리며

창을 열고 경고 방송을 하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안경을 낀 장마철 곰팡이 같이 생긴 여자다.

곰팡내 날 것 같은 입을 씰룩대며 웃기까지 한다.

상습적인 나쁜 운전 습관을 가진 것 같다.

재빨리 추월해서 브레이크를 몇 번 밟아 주고 벗어났다.


요즘 심사가 뒤틀려서 신경을 긁는 일이 생기면 참지 않는다.

모두 장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탓을 하게 된다. 무심한 척해도 쌓이는 침묵의 스트레스.

집에 와서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그에게

‘어이구, 성질 하고는......’이런 소리를 들어야

속이 시원한데 이젠 그것도 하기 싫다.


장이 오랜만에 일찍 들어왔다.

일찍 오는 날에는 꼭 전화를 한다.

나 10분 있으면 도착하는데 맛있는 것 좀 해놔라. 술이 먹고 싶다.


그러면 그렇지, 먹을 것 챙기는 데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내가 10분 안에 뚝딱뚝딱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도 잘 안다.

내미는 아이스크림도 보기 싫어 냉동실에 넣고 술상을 차려 옆에 앉으니 나를 보며 실실 웃는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한 적이 없다.

알 수 없다. 미우면 웃음도 안 나올 텐데 무슨 속셈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아내보다 같이 사는 사람으로 살기로 한 나인지라 여자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쓸데없는 말을 선머슴처럼 툭툭 던지고 안주감으로 준비해 둔 ‘멸치와 아몬드의 조화’를

연방 입에 털어 넣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내가 재미있나 보다.


밖에서 보는 참신한 여자와 비교하거나 말거나 이러고 사는 게 편하다.

이러는 나도 밖에 나가면 매력적이라는 말을 듣고 다니니 아쉬울 것도 없다.

내 것이라 하니 불만스럽고 남의 것이라니 부러운 것이다.

집안에서 아내 무시하고 밖으로 도는 남편들이 다른 여자들에게 사탕발린 말을 해대는 것이나

집안에서 무시당하고 사는 아내들이 밖에서 다른 남자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새 삶을 찾았다고

감동의 눈물을 한 양동이 쏟는 것을 권장할 바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헤어지지 않을 바에는. 헤어질 수 없다면.


일찍 들어와 다시 나가기 전에 무언가 한 보따리 풀어놓는다.

사촌형이 시어른과 자기 먹으라고 건강보조식품을 줬단다.

힘도 안 쓰는데 자양강장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자 모모한 약을 먹으면서 부작용 때문인지

성욕이 감퇴됐단다.

다른 여자에게 힘쓸 일이 있으면 먹으라고 했다.

대답을 기다리다 그의 속옷 위로 솟은 물건을 보았다.

이러면 기분이 어때?

좋아, 내가 하면 안 좋은데...... 자기는?

좋아, 풍선에 물 채워서 가지고 노는 기분이야.

기분 좋은 촉감을 느낄 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진정한 가족이라서 그런가 보다.

물 담은 풍선이 막대 끼운 풍선이 돼도 전혀 달라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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