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나 보러 갈까

by Anima

그가 나갔다.

하루라도 나가지 않으면 발바닥에 가시가 돋는지 어김없이 또 나갔다.

내가 일이 많아 야근을 하고 늦게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술 먹을 약속이 있다며 구두를 신는다.

자신은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겠지만 이제 무엇을 속이건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더듬거리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불쌍한 사람, 내 눈치 좀 그만 볼 것이지.


토요일도 아빠 없는 애들이라 막내인 남동생이

애들과 함께 점심을 사준다고 해서 나갔다 왔다.

장은 10시가 다 돼서 들어왔다.

주말만큼은 가족과 함께 하자는 말이 공허한 말이 되었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다.

일요일에 모두 자는 새벽에 수영을 하러 나왔다.

오늘은 애들을 그가 보기로 했으니 아침밥만 차려주고 좀 자유를 누려도 되겠다.

그런데 용인에 갈 일이 생겼다고 아이들 걱정을 한다.

3일 전에도 간 용인을 왜 또 가는지 묻지 않았다.

둘 중에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친한 언니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애들 데리고 본가에 간다니 재주껏 다녀오겠지.

윤아도 아빠와 친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그쪽에 가서 엄마 재혼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성격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윤아가 다녀오더니 할머니가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오라고 했단다.

무슨 이유로 그러냐고 전화로 물어보라고 했더니 좋은 일이라고만 하고

이유를 말해 주지 않아 못 떼준다고 했다.


주민등록등본을 보면 내가 재혼한 사실뿐 아니라

상대가 11살 연하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이다.

후에 안 사실은 윤아에게 부동산을 증여해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윤아를 생각하면 안 됐지만 그 당시는 할 수 없었다.

전 남편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답답한 마음에 점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무작정 걷다가 눈에 띄는 집을 들어갔는데

시각장애인이 하는 점집이었다.

사주도 묻지 않고 손만 잡아 보더니

현재 망망대해에서 풍랑을 만난 격이라며

내가 키를 쥐고 있어서 앞으로 가족의 운명이

내게 달렸다고 하는 것이다.

점집을 찾아간 사람의 상태를 누군들 짐작 못 할까, 생각하면 부질없는 일이었지만

그때는 앞날이 어찌 될지 그렇게라도 알고 싶었다.

결국 키를 쥔 나는 배를 풍비박산 내버리고 윤아만 구해서 빠져나왔다.

이제 또 용하다는 점집이나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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