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운명철학관

by Anima

장과 여주에 갔을 때 목아박물관 근처에

점집을 본 것이 생각났다

장과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간 뒤에 사랑을 되찾았다고 착각했던 그때였다.

신륵사에서 탑돌이 하며 예쁜 딸 갖게 해달라고 빌어서 막내를 낳긴 했다.

연꽃 선녀라는 간판이 붙어 있던 것을

기억해 내고 차를 몰고 갔다.


담장도 없는 그 집에 들어서서 잠깐 기다리니 화장을 짙게 한 예쁘장한 여자가 나왔다.

선녀 복장을 한 그 여자는

옅은 화장으로 바꾸고 밖에 나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다시 볼 여자였다.

앉자마자 나를 보더니 말했다.

아, 갑갑해요. 목이 조여와요.

누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아요.

그러고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얼마나 힘드세요?

얼마나 힘이 들면 나를 찾아왔겠어요.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날 것 같아 꾹 참으며

남편과 아이들 문제로 왔다고 말했다.

모두 5명의 사주를 써서 주었더니

쌀을 가운데 놓고 몇 번 헤집고 책을 꺼낸다.

오방색으로 꾸며진 표지가 요란하다.

토정비결 책 같기도 하다.

남편이 상당히 젊네요! 이것 보세요.

남편 주변에는 여자가 셋이에요.

못 말려요. 늘 여자가 따라다녀요.

그냥 인정하고 살던가

용납 못하면 헤어져야 돼요.

또 이것 보세요.

자기 뒤로는 쌀가마가 쌓여 있어요.

부를 축적하며 먹을 것 걱정 없이

잘 산다는 뜻이지요.

애가 셋이네요. 애들은 걱정 마세요.

다 잘 돼요. 자기 걱정이나 하세요.

제가 애 셋을 데리고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외도를 하지, 생활비도 안 주지, 애들과도 잘 놀아주지 않지,

집안일 하나도 안 해요. 이런 사람이라

당장 헤어지고 싶어도......

사실 재혼이거든요. 또 이혼할 수는 없어서......


근데 이 사람은 절대 자기를 놓지 않아요.

놓으면 죽거든요.

지금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거꾸로 됐어요.

이 남자를 택할 때부터 정해진 거예요.

그냥 살다가 정 답답하면 굿하러 오세요.


답답한데 운명철학가든 누구든

상담 한 번 잘했다 하고 나왔다.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가서

백운산이라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곧잘 그 사람을 찾아가 인생상담을 했다.

실향민인 아버지는 북한에 온 가족들을 두고 내려오셨다.

신흥고보(현 고등학교)를 나와 철도원으로 일하다가 전쟁이 났단다.

북한군으로 차출되어 전지로 따라가다가 탈영했다고 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풀려나

서울로 와서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고 우리 5남매를 낳았다.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리워 밤마다 우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사고무친 하소연할 곳 없는 마음을 운명철학가인 백운산 씨에게 풀어놓은 것 같다.


서당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아버지는 그 후로 사주, 역학, 작명, 바이오리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자식들과 친척들에게 사주를 풀어 주기도 하고 작명을 해주었다.

아버지가 보는 내 사주는 남자를 능가할 만한 사주라 옛날에 태어났으면 장군감이라 한다.

누가 뭐래도 까딱하지 않는 배짱도 있고

자기를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는 주머니를

터는 사람이라 한다.

그런데 욕심이 없어 큰 성공은 못한다고 했다.

유연성을 기르면 놀랄 만한 출세를 한다고 했는데 유연성이 없어 이러고 사는가 보다.

일찍 결혼하면 이혼수가 있으니

늦게 하라고 했는데 이 진상과 결혼한 것이 27살이니 그대로 된 것 같다.

40살 넘어서 했어야 하는데......

사주 역학, 좋은 얘기면 받아들이고

나쁜 얘기면 대비하게 만드는,

삶의 정신적 조력자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으로서의 한계로 종교를 찾는 사람,

사주 역학을 보는 사람, 인생의 스승을 찾는 사람,

책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사람, 사교적인 모임을 갖는 사람, 취미에 빠지는 사람

등등, 방법은 달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트레스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저마다 하고 있다.


경솔한 선택으로 불행하다고 느낀 결혼 생활에서

몇 명의 운명철학가와 마주 한 나도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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