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이 났는지 온몸이 맞은 것처럼 쑤시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평소에 아파도 약을 안 먹고
병원도 찾지 않는 미련한 사람인데
조금 전에 은행에 다녀오다 코가 맵고 어지러워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이 아파도 2, 3일 견디면 괜찮아지곤 해서 이번도 그러려니 했는데 심상치가 않다.
나갔던 장이 들어와서 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요즘 그가 늦는다는 핑계로 밥만 달랑해 놓고
있는 밑반찬 대강 먹고살아서
그가 어디서 뭘 먹고 다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둘이 외식이지만 밥다운 밥을 먹어 다행이다.
어제는 몸이 아파서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채 일찍 자려고 했는데 장도 모처럼 일찍 들어왔다.
주방에서 부스럭거리는 것을 보고
밥을 챙기는가 보다 하고 말을 거니
대꾸도 안 한다.
내가 대강 밥상을 차리고 아프다고 하니
그제야 머리를 짚어보더니 들어가라고 한다.
밥을 자신이 차려 먹으면 성별이 바뀌나,
꼭 아픈 몸으로 내가 차려줘야 하나?
주변 여자들 말 들어 보면 밥이라도 해놓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반찬 타박을 해서
불만이라고도 한다.
장은 다행히 반찬 타박은 안 한다.
설거지할 때 차를 내와라 하기 전에
옆에서 찻물을 우리는 모습이 그립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으니 부럽다고 해야 하나.....
같이 앉아서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아름다울 테지만
나처럼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퇴근 후 집에 가기 전에는 야무지게 시장도 보고 집안을 청소하고 맛있게 저녁을 차려야지 하다가도 막상 집에 가면 소파에 널브러진다.
가끔 기운을 내서 정리를 하면
애들 때문에 하루 만에 엉망이 되는 것을 보고
이게 무슨 의미 없는 소모전인가 하고 내버려 둔다.
나보다 시간이 많은 장이 치워 주기를 바라지만 청소한 적이 거의 없다.
점심을 먹고 집에 나를 내려주면서
저녁 식사 약속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부인이 아픈데도 늦게 올 거냐는 물음에 일찍 온다고 하는데
일찍이란 것이 항상 밤 10시 넘어서다.
물론 새벽 귀가도 밥먹듯이 한다.
아이들도 다 편치 않다.
단체로 병원에 가야 할 형편이다.
만약 애들도 아프고 남편도 아프다면
약속을 미루고 집에 일찍 올 텐데
그와 나는 생각이 다르다.
마트에 들러 즉석식품 몇 가지를 사가라고 한다. 말만 잘해서 방법은 알려 준다.
조리할 힘이 없어 며칠은 그것으로 때워야겠다.
아이들이 탈이 나면 장과 내 책임이다.
장은 제대로 해먹이지 않은 내 탓이라고 하겠지만.
남편 들어오면 양복 받아 걸고 넥타이 풀어 주고 와이셔츠 다려 준 것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같이 아득하다.
내가 돈 벌고 피곤하다고, 네가 할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다른 여자들 보면 싸워도 밥 차려주고
겉으로는 해줄 것 다 해 준다는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생활비도 안 주는데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네가 알아서 해!
열이 나서 얼굴이 발그레한 나를 보고
자기 낯빛이 거무티티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아픈 나보다 밖에 나가서 누구를 만나는지
자기 안색 걱정을 한다.
장이 살이 빠지긴 했다.
밖에서 무슨 중노동을 했기에......
그의 몸보신에 소홀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진행 중인지 알 바 없지만
바람인지 비즈니스인지
새벽에 들어오는 사람이 밥 먹을 일도 없거니와
일껏 해놓은 음식을 먹을 사람이 없어
거의 버리는 일이 많아
음식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애들과 저녁까지 친정에서 먹고 오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로워서 밖으로 돌았다고 변명을 하겠지만
같이 와서 저녁 먹고 어울리면 안 되냐고
생각하는 것이 내 욕심인가 보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매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니까.
그래도 그가 까다롭지 않기에
이나마 버티는지도 모른다.
강한 나와 달리 유연한 장,
고집불통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길길이 뛰는 나에 비해서 여유 있고
화를 잘 참는 것이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