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사람 가는 사람

by Anima

이번에는 다른 길잡이의 안내로 버스를 타고 멀리 갔다.

유람선, 요트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해안가를 걸으려나 보다.

1호차에서 내린 우리가 먼저 돌아보고 2호차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보았다.

자주는 안 나오지만 가끔 보아도 반가운 얼굴이 있어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했다.

또 한 명이 내리는데 이제는 나오지 않는 경이었다.

반가움에 달려가 잘 다녀오라고 했는데 들은 체 만 체한다.

먹던 옥수수를 냅다 던져버렸다. 경도 뒤돌아서는 내게 옥수수를 던졌다.

어제 감기 기운이 있어 타이레놀 하나를 먹고 일찍 자면서 꾼 꿈이다.

거의 2년을 안 나온 경이 꿈에 나오다니 신기하다.

이미 잊힌 여인인데 아직도 의식 한 구석에는

안 나오는 이유를 모르는 그가 자리 잡긴 했나 보다. 먹던 옥수수 투척은 소심한 분풀이?

경도 던졌으니 피장파장.


이렇게 꿈을 꿀 정도로 의식 한 구석을 차지하는 일도 있지만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관계는 비교적 부담이 없다.

시간이 있고 길이 마음에 들면 나온다.

자주 만나는 사람은 반갑고 한동안 안 나오다 나오면 더 반갑다.

지난 얘기하고 웃고 지금 얘기하다가 먹고

걷다가 헤어지면 그만이다.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은 사이가 멀어졌다는 소식이 간혹 들리기도 한다.

자주 나오던 사람이 안 보여도 연락하지 않는다.

그러다 나오면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반긴다.


사람과의 관계에 연연해하지 않는 나는 수동적이다.

맹자 왈, 거자불추 내자불거(去者不追 來者不拒)대로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 인연은 인과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므로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라는 격언이 몸에 배었다.

이런 생각이 때로는 남에게는 냉정하게 보인다.

1년 전에는 한 길벗이 자주 나와서 친하게 지냈다.

둘만 걷다가 철새들이 열을 지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사진 찍고 둘이 셀카도 찍어 후기에 올렸다.

그 후도 내 옆에 붙어서 걷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뉴라이트가 어쩌니 트럼프가 어쩌니 말을 꺼내더니

끝없이 정치 얘기를 하는 것이다.


다른 모임도 그렇겠지만 걷기에서 일반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이

정치얘기, 군대얘기, 자식 자랑, 배우자 자랑, 손주 자랑 등등 수없이 많다.

그럼 아예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 그렇다.

그런 말은 통하는 사람들끼리만 은밀히 나눌 일이다.

노무현 대통형 서거 시에도 정치에는 문외한이었던 내가 정치에 조금 관심을 둔 시기는

문재인 정권 시절 수시로 바뀌는 부동산 정책 시절뿐이었다.

지금도 별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 옆에서 계속 뉴라이트가 어떠니 트럼프가 어떠니,

미국 정치 얘기에 우리나라 정치를 끼워 넣기도 하고 계속 주절거린다.

뉴라이 님, 저는 그런 얘기 듣기 싫어요. 그만해요. 머리가 아파요.

아니 이런 얘기도 들어야 머리가 깨죠. 그러니까 개돼지라는 말을 듣는 거예요.

그럼 나도 개돼지! 그 말이 거슬려서 손을 정중히 들어

그만 뒤로 물러나라는 표시를 했다.

한참을 앞서가다가 마음 약한 내가 멈춰서 그녀와 마주 섰다.

뉴라이 님, 우리가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요.

아까는 개돼지라는 말에 순간 기분이 나빠서 그랬어요.

사과할게요. 그냥 풀고 걸어요.

아니, 나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우리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그녀도 사과의 말을 했으면 그대로 끝날 일인데 계속 변명을 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 사이에 한 길벗이 그만하라는 뜻으로 내 입에 과자를 밀어 넣는 바람에 그대로 끝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내 길에 나오지 않고 다른 길에 얼굴을 비춘다.

나중에 연락을 해서, 미안하네, 그런 뜻이 아니었네...... 구구절절이 사과를 하고

예전의 모습으로 같이 걷자고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저마다의 사정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