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행을 마치고 몇몇 길벗들과 지하철을 탔다.
맞은편에 두 사람이 앉고 나는 주사랑과 서 있었다.
한 정거장 지나 자리가 나서 둘이 앉았다.
덩치 큰 주사랑을 배려해 좁힐 만큼 좁혀 앉았다.
내 옆에는 남학생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60대 후반처럼 보이는 남자가 앉았다.
주사랑은 막걸리 한 병을 마신 후라
그의 말대로 신이 나서 말이 많아졌다.
다음 주에는 무너미고개보다
호압사 쪽으로 가자는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남학생 옆에 앉은 까칠하게 생긴 60대 남자가 불쾌한 목소리를 내었다.
조용히 해요! 떠들지 좀 마세요!
어머, 떠들지 말래. 쉿!
죄송합니다.
전철에서 조용히 좀 가야지 원......
사실 조용한 전철 안에서 대화를 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주사랑이 죄송하다고 해서 일단락이 되었다.
그렇게 큰 소리도 안 냈는데 왜 저래요?
전철 안이 너무 조용해서 할 말도 못 하겠어.
소곤소곤 두어 마디 더 보태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남학생이 내리고 중년 부부와 아들인 듯한 가족이 탔다.
엄마가 내 옆에 앉고 부자는 그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서 있는 남편과 앉은 아내가 말을 주고받았다.
당신, 내일 을지로 간다고 했지?
응, 친구들 좀 만나려고, 왜?
아니, 그냥 내일 눈이 온다고 해서......
두 부부가 세 마디 말을 한 것뿐인데 그 까칠남이 나선다.
아, 좀 조용히 좀 해요. 전철 안에서 말이 많아!
아니, 몇 마디 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됩니까?
조용히 좀 가자고요. 뭐 잘못됐어요?
내 앞에서 그렇게 떠들면 돼요?
지하철 안이라고 말도 못 해요?
그리고 우리가 크게 떠들었어요?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꼭 그렇게 말해야 됩니까?
부자가 번갈아 가며 불쾌함을 토로하자 까칠남은
벌떡 일어서며 위협을 하는데 그러기엔 키가 작다.
다시 앉아서 큰 소리를 낸다.
아, 시끄러워서 그래요. 말이 많네, 그냥 조용히 하면 되지.
떠들어서 죄송하다고 한 마디 하면 되지 뭔 말이 많아?
지금 누구 목소리가 더 큰데 그래요?
시끄러운 건 당신이야!
옆에 앉은 여자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 우리에게도 그랬어요.
사소한 소음도 거슬리면 택시를 타고 다니지......
아, 그래요? 이상한 사람이네!
그 결말을 못 보고 내렸다.
살얼음판 같은 세상, 조심조심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