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팔자

by Anima

장이 신용불량자로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몇 달이 지났다.

당연히 그동안도 주지 않았던 생활비는 줄 수가 없고 나 또한 그에게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집에 빨간딱지까지 붙인 위인에게 대출금을 갚아 줄 마음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러고도 매일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무슨 돈으로 쓰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서로 수입에 관해 묻는 것이 스트레스라 피했다.

아직은 애들에게 많은 학비가 드는 시기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아파트 대출금에 부모님께 드리는 얼마 안 되는 용돈도 부담스러웠다.

보장된 신분이라 공무원 대출이 쉽게 되는 것이 다행이었다.

이런 사정을 장은 아는지 모르는지 걱정 한 번 하는 법이 없으니 무심하고 책임감 없는 성격 하나는 타고났나 보다. 시부 또한 평생 시모가 버는 돈으로 생활했다고 들었다.

그러다 장은 리조트 분양회사가 있는 제주로 갔다.

정식 취업이 아니고 아는 사람이 도와 달라고 해서 6개월간 일하러 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신용불량이지만 빠지지 않는 외모에 매끈한 말솜씨로 환영을 받았나 보다.

같이 있고 싶은 생각이 없는 차에 제주로 간다니 내심 반가웠다.


5개월 후 제주에 있는 동안 구경을 시켜 준다고 우리를 불렀다.

아직 어린 현아는 친정에 맡겨 두고 윤아와 주성을 데리고 비행기를 탔다.

그가 나오는 대신 직원이 차를 가지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장은 분양 상담을 하는 중이라고 그 직원이 리조트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었다.


저녁때 장과 만나서 정해진 숙소로 들어가니 거실과 침실이 넓고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윤아와 주성이 눈이 휘둥그레서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니 장이 곧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한다.

대출금 갚을 생각이나 하지 허풍은 여전하다.

알고는 있었지만 6개월 계약이 끝나서

한 달 후 서울로 온다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제 또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이러나저러나 생활비 안 주긴 마찬가지지만.

1박을 하고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윤아가 물었다. 장이 휴양지 제주에서 놀고먹는 줄 알았나 보다.

아저씨는 왜 돈을 안 벌어?

엄마만 일하고 돈도 엄마만 벌잖아.

서울에 오면 곧 일하고 벌겠지.

하루 종일 뛰어다니던 주성은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곯아떨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성과 10년 차이가 나는 윤아는 뭔가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