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깨고 얘기해

by Anima

아래 위층을 오가며 윤아와 엄마를 챙기고 있을 때

장의 외로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주성을 안고 바쁘게 친정을 오갈 때 외롭다고 외도를 한, 장을 떠올릴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술에 취해 들어오거나 말거나 상관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 장이 만취가 되어 들어왔다.


나하고 얘기 좀 해.

할 얘기 있으면 멀쩡한 정신으로 해.

난 술 취한 사람과 말하고 싶지 않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와는 각방을 쓴 지 오래다.

코를 심하게 골기도 하지만 몸이 닿는 게 싫었다.

현아를 낳기 전 잠깐 다시 찾은 사랑이니 행복이니

호들갑을 떨다가 현아를 낳은 후에도 한량 생활을 청산하지 못한 장과의 사이가 또 멀어졌다.

이제는 사랑 타령이나 하며 살 때가 아니라 생활비 한 푼 주지 않는 십 년이 넘는 생활에 지쳐 있었다.

내가 벌어 살 수는 있지만 아이들을 챙기는 아빠도 아니고 바쁜 나 대신 집안일을 해주는 남편도 아니라 무엇 하나 기대하고 의지할만한 구석이 없었다.

오래전 찾아간 운명철학관에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막내딸 낳은 후에 사이가 더 벌어질 수가 있어요.

액땜을 하려면 딸이 10살이 되기까지

생일에는 수수팥떡을 꼭 해주세요.

수수팥떡을 좋아하지만 그 말은 흘려 들었다.

수수팥떡이 액운을 물리친다고?

떡이 무엇을 해결해 줄 수 있는데......

생일에 두어 번 해주고 말았다.

그 간단한 일에도 정성을 들이지 않은 탓인가?

장은 여전히 밖으로 돌았고 나와 애들은 주말에는 아빠 없는 가족으로 밖에 나가기를 꺼렸다.

이제는 엄마를 가까이 모시면서 가족 나들이는 더 드물어졌다.

엄마는 차 뒷자리에서 늘 어지럽다고 해서 멀리 가지도 못했다.

자매인 이모 두 분에게 번갈아 모셔다 드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얘기하자던 장의 말을 뒤로 하고 안방 문을 닫고 들어 왔는데 장이 문을 벌컥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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