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끝

by Anima

장은 술에 취해 내 앞에 우뚝 섰다.

잘생긴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든 괴물 같았다.

얘기 좀 하자고 했지? 내가 그렇게 우스워?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우습게 본 적 없어. 그냥 술에 취한 게 싫어.

그러니까 술 깨고 내일 말하자고. 나가 줘.

그 말을 마치자마자 장이 옆에 있던 화장지를 던졌다.

이걸 던졌어?

그래, 던졌다. 어쩔래?

이제 다 끝났어. 나가!


순간 장이 내 팔을 거칠게 잡았다.

버티는 나를 질질 끌고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다리미판이 어깨를 맞히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통이 느껴졌다.

빨랫대가 내 몸을 스쳐 나동그라지고 부서졌다.

그대로 있었다. 나만 몇 대 맞으면 이 지겨운 생활 끝나겠지.

그래, 이렇게 맞고 끝내자.

아이들은 잠에서 깨어 문 앞에서 울부짖었다.

아빠, 왜 그래? 엄마 죽어, 하지 마!


장은 애들 비명이 들리지도 않는지 계속 뭐라고 소리치며 옆에 있던 식탁 의자를 머리 위로 들었다.

묵묵히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던 나는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

머리를 감싸며 소리쳤다.


아악, 신고해!

그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아이들 울부짖음에 멈췄는지 들었던 의자를 내려놓고 뭐라고 계속 소리 질렀다.

나는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에 현관 벨이 울렸다.

주성이 신고해서 경찰 두 명이 찾아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경찰입니다.

새벽에 시끄럽다고 주민 신고가 들어와서요.

별일 없으십니까?

네, 아무 일도 없습니다.

장이 아무 일도 아니라기에 내가 나갔다.

남편이 술에 취해 물건을 던졌어요.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무슨 일 있으시면 또 연락하세요.

네, 새벽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경찰이 간 뒤에 장은 방에 들어가 쓰러졌다.

내일 아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거실을 보면 알겠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이불속에서 한참을 다독였다.

아이들이 받았을 충격에 내 고통, 슬픔 따위는 돌볼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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