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우는 두 애를 껴안고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아까 방문했던 경찰입니다.
별일 없으십니까?
네, 이제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가정 폭력으로 신고하셔도 됩니다.
네, 날이 밝으면 생각해 보고 결정할게요.
감사합니다.
아직도 훌쩍이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애들에게 당부했다.
주성아, 현아야, 아빠가 술에 취해서 그랬어.
경찰아저씨도 주민이 신고했다고 했으니까
아빠에게 네가 신고했다고 하지 마라.
한참을 울먹이던 아이들이 잠들었다.
다리미판에 맞은 어깨가 욱신거린다.
애들을 달래느라 참고 있었던 울음이 터졌다.
나도 가정폭력이란 것을 당한 것인가?
맞는 아내가 된 것인가?
전 남편 이 진상과는 안 살려고 하다가 두 번 폭력을 당했다.
이번에는 장의 외도와 무능력, 무책임에도 살아 보려다 폭력을 당했다.
비참하다. 삶이 참 비루하다.
이렇게 만든 장을 용서할 수가 없다.
아빠로서 애들에게 끔찍한 충격을 준 그를 용서할 수가 없다.
애들이 깰까, 울음이 새어나갈까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부었다.
얼굴은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아침을 차려서 애들 먹이고 학교에 잘 다녀오라 하고 나섰다.
거실은 어제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었다.
치울 시간도 없거니와 치울 마음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근무를 하는 게 스스로 가상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나는 바로 어제 가정 폭력을 당한 여자다.
어쩔 수 없이 그 집구석으로 가려는데 주성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엄마, 아빠가 거실 깨끗이 치워 놨어.
그래도 아빠 용서하지 않을 거야?
미안하다. 네게 그런 모습 보게 해서.
당분간은 아빠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
너희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그리고 잠시 후에 장으로부터 사과의 문자가 왔다.
답을 하지 않았다.
퇴근하면서 엄마가 계시는 아래층으로 갔다.
저녁을 차려 엄마만 드시게 했다.
윤아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애들은 제 아빠가 챙겨 먹이려니 생각했다.
엄마는 조금 있으면 또 배고프다고 밥을 찾을 것이다.
떡을 식탁에 두고 배고프면 드시라 하고 내려왔다.
거실은 어젯밤의 상황을 잊은 듯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짜장면을 시켜준 모양이다.
장은 소파에 앉아 있고 애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장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싱크대에 쌓인 그릇이 있어
설거지를 하려고 나갔다.
소파에 앉아 있던 장이 내게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