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어떻게 해(2)

by Anima

아침 출근길, 몸에 락스 냄새를 묻히고 가게 생겼다. 딸이 얼마 전에 쓰라고 준 향수 대신에.

엄마, 향수 사줄까?


왜, 나 냄새나?


아니, 엄만 뭐 사 달라지 않아서 그냥....

요즘 새벽에 일어나 처음 하는 일이 엄마네 가서 창문을 열어 놓는 일이다.

오늘도 이불을 들쳐 깔아놓은 젖은 속옷이 있나 찾아본다.

며칠 전 전자요 아래 젖은 속옷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그러지 마시라고, 큰일 난다고 했더니 기억하시는지 말리는 속옷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냄새가 가시지를 않는다. 휴지통도 비우고 환기를 시켰는데도 이상하다.

엄마, 또 뭐 숨긴 것 없어? 빨랫감 말이야.


...... 몰라, 몰라.

거실에서 우아하게 미숫가루를 드시는 엄마에게 짜증을 섞어 물으면 늘 같은 대답이다. 몰라, 몰라.

다시 들어가 이것저것 들추다 문 뒤를 보니 누런 얼룩이 지워지지 않은 속옷이 손잡이에 걸려 있다.

물로 대강 헹궈서 걸어 놓으셨나 보다. 앞으로는 대야에 그냥 담가 놓으시라고 하고 속옷을 락스 섞은 물에 담갔다.


내년에 90살이 되는 장애 5급의 엄마가 보건소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매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으신 것이 올봄이다. 어느 정도의 치매인지는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은 후에 정확한 의사의 소견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나이가 얼마인데 하는 내 안이한 생각과 이것저것 묻는데도 대답을 못해서 자존심에 상처 입은 엄마의 거부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며칠 후에 병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아침이면 현관문을 나서는 내게, 이 밤중에 어딜 가냐고 묻고 초저녁에 자리에 누웠다가 윤아 자는 새벽 2시에 일어나서 밤을 꼬박 새운다.

어제오늘뿐 아니라 방금 무엇을 드셨는지도 모른다.

월말이면 남동생이 보내 주는 용돈과 다달이 입금되는 기초노령연금을 찾아 봉투에 넣어 두둑하게 드린다.

조금 있다 이게 웬 돈이 여기 있냐고, 누가 줬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며 답답해하신다.


억지로라도 병원에 모시고 갔어야 하는데, 아직도 건강하게 사시는 93살 큰 이모와 비교하며 나만 왜 이러냐고 속상해하는 엄마를 보면서 내 책임도 크다고 생각해 본다.

엄마가 혼자 사시던 집을 처분하고 아래층에 모시게 된 것이 작년 10월이었다. 남동생이 모시겠다고 했지만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 마다하실 때 괜한 고집이라고 엄마를 원망하던 자식들은 한 달에 두어 번 들르며 자식 된 도리를 한다고 스스로 위로하곤 했다.


30여 년 동안 정들었던 집을 상실한 충격 때문인지 말수도 적어지시고 오랜만에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만 보면 눈물부터 흘리시는 일이 잦아졌다.

노인우울증이다, 장기 복용한 혈압약 부작용이다, 얕은 지식으로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엄마의 뜻은 거의 무시하고 이사를 강요한 내 탓이라는 것이다.

이사를 강행한 것은 윤아도 없이 홀로 지낼 엄마가 안타까운 이유도 있었지만 남들로부터 연로한 어머니를 방치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가 더 컸던 것은 아닐까?


엄마, 할머니 어떻게 해? 냄새가 너무 나.

인기척에 일어난 딸이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감싸 쥔다. 할머니 들으실까 봐 작은 소리로 말하는 딸이 나보다 낫다.

화장실에서 묻혀 온 오물이 벽과 문에 묻지 않았을까 살피다가 벽 잡고 다니시지 말고 보행기 잡고 다니시라고 채근하는 나보다 할머니 조심하라고 걱정하는 딸이 가상하다.

윤아는 냄새가 난다고 말하면서도 할머니 손을 잡기도 하고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쓰다듬기도 한다. 윤아를 대견하게 생각하며 현관문을 나서는데 무서운 비명 소리가 들린다.

아악! 툇, 우웩!


세상에!

냉장고에 넣어 둔 물, 딸이 마신 물이 섬유탈취제이다.

내가 어제 분무기를 쓸 일이 있어 무색의 섬유탈취제를 빈 음료수병에 넣고 나도 모르게 냉장고에 물병과 같이 넣어 둔 것이다.

뱉으라고 등을 두드리고 문지르고 법석을 떠니 미숫가루를 드시던 엄마가 놀라서 우리를 바라본다.

아, 할머니! 엄마를 어떻게 해!

나도 엄마보다 내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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