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윤아가 아래층에 이사와 살면서
윤아는 예술계 대학에 입학을 했고
엄마는 윤아 없는 집에서 윤아 오기만을 기다리셨다.
나는 일찍 퇴근을 하고 엄마에게 저녁 식사를 챙겨드리고 내려와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반복했다.
저녁에 반찬을 해놓고 내려오면 엄마는 다리가 좀 불편하지만 아침밥은 손수 챙겨 드셨다.
그런데 점점 엄마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고혈압 약을 드셔도 자주 어지럽다고 하고
한 말을 또 하고 자꾸 같은 것을 물으셨다.
병원에 안 가시겠다 하다 그럼 보건소에 가시자 하니 그제야 따라 나섰다.
간단한 검사 후에 경증 치매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아버지의 부재와 함께 살던 집을 팔고 갑자기 이사를 해서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딸, 손주들과 가까이 살아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에 자주 멍한 상태로 지내셨다.
나와 의절한 남동생은 이사 온 후로 더욱 왕래가 끊어졌고 작은언니, 작은동생은 미국에 있어 볼 수가 없다.
멀리 이사 간 큰언니도 자주 오지 못했다.
할머니와 사는 윤아와 아래 위층 오가며 재롱떠는
우리 애들만이 유일한 낙이었다.
어느 날 화장실 곳곳에 오물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잘못한 엄마가 손잡이와 벽에 묻힌 것이다.
얼마 뒤에는 집안에 불쾌한 냄새가 나서 청소와 환기를 했는데도 그 냄새가 가시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의 이불을 걷어내니 그 아래 엄마의 속옷이 있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오물 묻은 속옷을 손으로 빨아
얼룩덜룩하고 축축한 상태로 숨겨 놓은 것이었다.
오염된 속옷은 그냥 두면 내가 치운다고 했는데도
다음 날이면 또 장롱 틈 속에 숨겨 놓으셨다.
어느 날은 고양이가 집에 있다고도 하셨다.
이제 치매가 중증으로 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