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 온 지 10개월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집에서 전철역까지 15분 걸리는 거리를 주변 풍경도 보고 상가도 둘러보면서 세월아 너 혼자 가거라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요즘은 매일 2만 보가 넘어가면서 무리인 것 같아 걸음 수를 줄이기 위해 차를 타면 5분 걸리는 거리를 버스 타고 다닌다.
멀리 가서 걷기를 꺼리는 길벗들 대신에 길잡이인 내가 서울로 간다.
매일 넉넉잡아 왕복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를 길거리에 뿌리는 셈이다.
매일 어떻게 그런 열정이 있느냐,
무릎은 아직 괜찮냐,
나오기 싫은 때가 있지 않느냐,
소는 누가 키우냐......
길벗들이 걱정하는 눈으로 묻지만 내 답은 모두 만사 오케이다.
소는 틈틈이 외양간 청소하고 여물 주고 물 줘서 다 키웠다. 시장에 내놓으려고 하는데 안 나간다고 버틴다.
마을버스를 타려면 아침 9시 20분이나 30분에 나서야 한다.
아파트도 오지에 있지만 내가 사는 동은 오지 중에 오지라 빠른 걸음으로 5분은 걸어야 아파트 정문에 도착한다.
브런치를 모를 때는 여유가 있어서 뛰는 일이 없었는데 이 죽일 놈의 재미있는 브런치를 새벽에 쓰면서부터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는 경우가 잦아졌다.
죽을 정도는 아니고 인터벌 걷기라고 해야 하나, 2분 뛰고 1분 쉬고 또 뛴다.
아침에 집을 나서 출발 5분 전에 버스 가까이 갔다. 앞서서 젊은 남자가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슝 하고 출발해 버린다.
남자가 잽싸게 뛰어가 차 뒤를 탕탕 두드렸는데도 버스 기사는 야속하게 그냥 가버리고 만다.
그 젊은이는 C~하면서 난감해한다.
나도 이어받아 B~하려다 이성을 찾고 정거장에 붙은 노선도에서 버스 사무실을 찾아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마을버스 사무실이지요?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출발 5분 전에 도착했는데 버스가 그냥 떠나버렸어요.
번호는 보셨나요?
그건 못 봤고요. 방금 xi 아파트에서 떠난 차예요.
알아보고 주의 좀 시켜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시정조치 하겠습니다.
다행히 늦지는 않기에 오랜만에 씩씩거리며 전철역까지 인터벌 걷기로 갔다.
계속 뛰면 무릎과 발목에 신호가 온다.
체중을 많이 줄였지만 젊지 않은 나이라 계속 뛰는 것은 무리다.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올 때 신호대기가 끝나자마자 뒤에서 내가 타려는 버스가 총알처럼 달려간다.
뛰어가면 탈 수 있을 것 같아 뛰었는데 눈앞에서 그냥 떠나버리고 만다.
홀로 남겨진 허무함 속에
‘이미 늦었어, 뒷차 타고 와.’하는 기사의 여유로운 미소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