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는 소식에도 공지를 취소하지 않았다.
다섯 명의 길벗과 서울숲에서 뚝섬한강공원을 거쳐 광나루까지 걸을 계획이다.
뚝섬역에서 오랜 단골식당인 메밀면 식당으로 갔다.
직장 다닐 때부터 회식도 하던 단골식당이라 맛집이라고 데리고 왔는데 들어올 때부터 종업원 심기가 편치 않아 보였다.
몇 번 갔을 때는 씩씩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고 웃는 낯이었다.
오늘따라 웃지도 않고 말도 없이 주문하기만을 기다렸다.
국지성 봄비에 저기압일까?
각자 음식을 시켰다.
4명은 메밀칼국수, 한 명은 회비빔면, 왕만둣국을 시켰다.
메밀칼국수가 나온 것을 보니 국물이 빨갛다.
얼큰 칼국수는 따로 있는데 이게 무슨 일?
한 번쯤은 왜 국물이 빨가냐고 물어 볼만한데 한 사람도 묻지 않았다.
원래 그런가 하면서 한 술들 뜨는데 저마다 맵다는 것이다.
회비빔면은 원래 매운 것이라지만 이번엔 너무 달다고 한다.
내가 먹는 왕만두 세 알과 흰떡이 들어간 만둣국 역시 매웠다.
후추를 마구 뿌려 댄 것 같기도 하다.
다 먹고 계산을 할 때 주방에 들리지 않게 종업원에게 물었다.
만둣국이 왜 이렇게 매워요? 국물은 하얀데......
김치 때문이 아닌가요?
그거 아니고요, 국물이 너무 매웠어요.
아, 후춧가루가 들어가서요.
하얀 국물 만둣국이 후추를 넣어서 맵다고 했지만
뿌려도 너무 뿌렸다
원래 준비해 두고 기호대로 넣어 먹는 것이 아닌가.
들어올 때부터 표정이 심상치 않더니 아마도 주방장과 종업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아무래도 뭔 일로 주방장이 바탕이 되는 국물을 잘못 만든 것 같다.
실망이야, 다신 오지 말아야지.
주인이 바뀌었나 봐요.
아무래도 주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맛집이라고 데려왔는데 이러니 미안하네요.
구시렁대며 밖으로 나오니 모자가 날아가려 하고 우산이 뒤집힐 정도로 바람이 분다.
서울숲만 돌고 가자고 했다.
서울숲을 반쯤 돌다가 근처 건물로 들어갔다.
우리처럼 비를 피해 온 사람들이 주상 복합 건물 안에 많았다.
사진 몇 장 찍고 근처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로 들어갔다.
나를 포함한 6명이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심이 부실했는지 몇몇 길벗이 음료수뿐 아니라
과자와 빵 몇 개를 주문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피부가 어떻고, 나이가 어떻고......
건강에 관한 대화가 이어졌다.
앞에 앉은 두 사람은 1~2년 아래인데도 피부가 달라 보인다.
서로 동안이라고 감탄한다.
길벗들은 나이에 따라 틈틈이 피부관리를 하는 모양이다.
나는 걷느라고 피부과에 갈 시간이 없다.
느긋이 누워있을 시간도 없고 거기에 쓸 돈도 없다.
매일 걷는 사이에 피부와 몸무게를 바꾸었다고 말한다.
몸무게는 많이 줄었지만 매일 나가 태양을 맞이하니 잡티가 많아 화장품으로 감추는 중이다.
거기에 볼캡을 포함한 옷차림으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고 다닌다.
아니마님은 언제까지 길잡이 하실 거예요?
매일 길을 열어 주시니 너무 고마워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야지요.
걷는 것뿐 아니라 이렇게 모여서
얘기하는 것도 건강에 좋아요.
10년은 젊어 보이니 앞으로
10년 더 해도 될 것 같아요.
동안으로 보이면 또래보다 더 건강히
오래 산다고 하는데. 그렇까요?
젊게 살려면 음식에도 신경을 써야 돼요.
아까처럼 매운 음식도 피부에는 안 좋아요.
피부에만 안 좋은가? 위에도 안 좋아요.
얼마나 매운지 아직도 혀가 얼얼해요.
혀가 이 정도면 위는 어떻겠어요?
이제 매운 것 삼가야 할 나이예요.
그럼 이 빵은?
빵도 안 좋기는 하지요.
하면서 나는 열심히 먹고 있는데
길벗들은 거의 포크를 놓았다.
이거 또 남겠네, 탄식하며 남김없이 먹는 사이에
동안은 저 멀리로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