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식 금기어

by Anima

오늘도 식탁 간식통에는 길벗들이 준 간식이 한가득이다.

매일 점심 매식을 해서 간식을 싸 오지 말라고 하는데도 같이 먹으려고 싸왔다, 집에서 먹을 사람이 없어 가져왔다, 심지어 고맙게도 길벗 몸 축나면 못 걸을까 봐 싸왔다 등등 이유가 가지각색이다.

간식은 초콜릿, 사탕, 과자, 빵, 과일 등이다. 좋아하는 초콜릿이나 과일은 그 자리에서 먹지만 사탕, 과자는 받아서 집에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그 자리에서 안 먹는다고 거절하는 길벗도 있지만 거절을 잘 못하는 나는 그대로 받아 챙긴다.

식탐을 거두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주 나오는 심성 착한 길벗은 간식뿐 아니라 일부러 주려고 특식을 챙겨 오기도 한다.


오며 가며 주는 대로 먹으니 죄책감이 든다.

매일 걷는다고 아무거나 먹고 다니는 것 같다. 점심을 먹다가도 남기는 반찬이 없나 예의주시하다가 기어이 그릇을 싹 비우고 만다.

먹을 것 마다하지 않는 것은 어릴 때부터 생긴 버릇이다.

엄마가 체력이 약하고 잘 먹지 않는 작은언니 주려고 찬장에 숨겨둔 음식도 찾아 먹어서 엄마에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두 언니보다 키가 크고 체력도 좋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강한 유전자 덕분이기도 하지만 보기에 흉한 음식 빼고는 다 잘 먹어서 그런 것 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의 날에는 중심가에서 뷔페를 먹고 고궁 등 유적지 나들이를 한다.

탑골공원, 종묘,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까지 걷고 체력이 남아돌면 경희궁, 덕수궁까지 가려는데 길벗들은 무리일 것 같아 경복궁까지만......

뷔페에서 한 번에 많이 가져와 먹다가 끼는 족히 될만한 양을 남기는 길벗들 보면 안타깝다.

몇 번 언급을 하지만 내가 과식 못 고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다.


매식을 하면 일주일에 한 번은 9,000원짜리 뷔페식을 먹는다.

싼 가격에 맛도 좋고 스무 가지 넘는 반찬을 골고루 먹을 수 있다. 그게 함정이다.

하나씩 집어도 스무 가지의 반찬을 먹게 된다. 여기서 멈춰야지 하는데도 안 된다.

소식해야 되는데......


아니마님은 한 끼만 먹어서 괜찮아요.

먹고 걸으니 괜찮아요.

한 끼만 먹는 것이 아니다.

밥이 한 번이지 사이사이 가지가지 먹는다.

생각해 보면 음식 남기지 않는 내 과식보다 배부르면 버리는 몇몇 길벗들의 소식이 몸에는 더 좋다. 그러면서도 길벗들에게 당부하는 내 꼴이 우습다.

우리가 먹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어요.

배 부르네, 많이 드시네요! 이런 말하지 마세요.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