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20분에 집을 나서면 꼭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반려견을 산책시키러 나오면
매일 그 시간에 나서는 나와 마주친다.
하얀 멀티즈다.
큰딸이 키우는 견종과 같아서 더 친근하다.
정이 담뿍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면 그 강아지도
나를 따라 시선을 옮긴다.
쫑쫑 걸으면서 자주 주인을 힐끗힐끗
바라보는 것이 귀엽다.
나를 사랑하는 주인님, 어디로 가실 건가요?
이 길로 쭈욱 따라가는 것 맞지요.
가끔 나도 봐주세요. 목줄만 잡지 말고요.
잠깐만요, 잠시 쉬~ 좀 하고 갈게요.
어, 이 풀이 참 향기롭네요. 킁킁, 좀 맡고 갈게요.
하늘공원에서 월드컵공원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한 길벗이 손짓하는 곳에 알록달록한 큰 새가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사진에서나 보던 앵무새였다.
처음 보기도 하거니와 크고 화려해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마침 가지에 앉았다.
어머, 여기에 저런 새도 있나?
무슨 새야?
앵무새야, 주인이 없나?
아니야, 집에서 탈출했나 봐.
정말 크다!
색깔이 정말 예쁘다!
저 멀리서 두 남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여자는 앵무새와 비슷한 옷차림이다.
전방 20m 앞에서 뭐라 뭐라 한다.
10m 가까이 오면서 확실해졌다.
찍지 말라고 여러 번 했지요?
남이 당신들 사진 찍으면 좋아요?
그러면 왜 밖에 데리고 나왔대?
새도 초상권이 있나?
나 찍어도 돼요.
멋있게 폼 잡아 드릴까요?
마주 보고 대거리하면 싸움 날까 봐
비겁하게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옷차림이 요란한 걸 보니 서커스에서 훈련시키는 조련사인가? 그런데 요새 새 서커스도 있나?
아기 보고 예쁘다고 하면 엄마들은 흐뭇하게 웃는다.
반려견이 귀엽다고 하면 견주는 좋아한다.
그런데 날아가는 앵무새 예쁘다고
사진을 찍었는데 뭐라고 한다.
새도 초상권이 있는지 모르고 찍었는데
초상권이 있다 하니 뒤태만 올린다.
아파트 숲길에 두 아이가 아빠와 오면서
바위를 가리킨다. 가지가 엉킨 바위틈에서 새끼 고양이가 이쪽을 보고 있다.
어머, 너 눈도 좋다! 어떻게 저걸 발견했니?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눈도 좋다는 말은 길벗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걷다가 눈에 띄는 새, 벌레, 심지어 도마뱀, 뱀까지 찍는다. 주인 없는 동물이라고 초상권 없다고 마구 찍어댄다.
며칠 전 성수카페거리에 갔을 때 어떤 외국인 무리가 초콜릿색 큰 개를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 사람들도 너무 멋진 개라고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우리들도 저건 견종이 뭘까 하며 바라보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래부라도 레트리버다.
덩치는 큰데 눈빛이 순둥순둥하다.
남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끔벅끔벅 모른 체한다.
다시 걷다가 한 카페 밖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일행은 카페로 들어가고 남자 혼자 개를 데리고 앉아 있었다. 또 만난 것도 인연이라 그대로 갈 수 없다.
기본 영어를 주고받았다.
Can I take a picture your dog?
Of course.
Thank you!
초상권 허락 맡은 레트리버 한 장,
모델처럼 잘생긴 견주와 한 장.
초상권 있으니 찍지 말라는 앵무새 주인의
심술궂은 얼굴과 비교된다.
저 멀리서 줄 없이 날아오는 새도
주인이 있는 줄 어찌 알겠나,
초상권이 있는 줄 어찌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