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이가 급한 일로 가고 6명의 여자만 남았다.
보통 다 여자들인데 남자가 한 명이 끼면 불편해한다.
남자 보는 눈이 없고 둔감한 나는 어떤 남자가 와도
첫날은 불편하지 않았다.
단 둘이 걸을 때도 있고 여러 명의 남자가 와서 같이 걸을 때도 있다.
길잡이의 성격상 이 사람 저 사람 가릴 처지가 아니라 남자라서 편을 가르지 않는다.
그래서 길벗들도 다소 불편한 남자들은 내게 터억~ 맡기고 자기네들끼리 얘기하며 편하게 걷는다
이번에는 달랐다.
타박이는 말 안 듣는 애들처럼 제 멋대로 먼저 가고
같이 밥 먹는 자리에서 핸드폰 동영상을 틀어놓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 온 남자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나만 예민한 것일 수도 있다.
흡연자인 멋지긴개뿔도 밀어내고 매사에 불편한 타박이도 밀어내었다.
멋지긴개뿔에게 등짝스매싱을 한 방 맞은 후, 기회는 요때다!
‘흡연자는 참가할 수 없습니다.’라는 공지문을 올렸다. 한 달여 동안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참가 댓글을 첫 번째로 달았다.
어라? 뻔뻔한 거야, 모른 척하는 거야?
즉시 흡연자는 참가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더니
조용히 사라질 것이지 ‘감사~’라고 답을 했다.
몇 주도 지났겠다 여느 여자들처럼 못 이기는 체하고 받아 줄줄 알았나 보다.
이렇게 사건을 몰고 다니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불편하고 걸리적거리는 사람을 넌지시 또는 드러내어 오지 말라고 했다. 편하게 걷자고 시작한 길잡이가 초심도 잃고 아량이 부족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심정을 토로하면 길벗들이 위로를 해준다.
우리도 느끼는 것을 아니마님이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길잡이가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나와서 봉사해 주는 것인데 불편하고 안하무인인 사람을 참아내면서까지 할 것은 아니지 않냐고 한다. 그렇게 말해 주는 길벗들이 고맙다.
그래도 길잡이가 마음을 넓게 가지고
모든 사람을 포용해야지 너무 속이 좁고
유연성이 없는 것 아니야?
벌써 몇 명을 자의반 타의반 쫓아낸 거야?
사진 많이 찍어 안 와,
흡연자 오지 말라해서 안 와,
정치 얘기하지 말라고 하니 안 와,
길잡이 앞에 가지 말라고 갈등 일으키다가 안 와,
자기와 사이좋지 않은 사람과 못 걷겠다고 안 와,
도심지 포장길 많이 걷는다고 안 와,
걷기 전에 매식한다고 안 와,
뒤풀이 없다고 안 와,
이유도 모르는 데 안 와, 아마 너만 모를 거다.
'안 와, 안 와, 안 와......'
가끔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와 뜻을 같이하는 길벗들이 있어
오늘도 기꺼이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