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먹고 찍고 싸우고

by Anima

사진 때문에 안 나오는 길벗이 둘이 있다.

하나는 내가 눈이 나쁜 사람에게 이렇게 찍어라, 저렇게 찍어라 요구를 했다고 서운해서 안 나오는 사람이고, 또 한 명은 다른 사람이 찍을 때 마스크를 벗고 찍어야지 민폐 아니냐고 해서 기분 상해서 안 나오는 사람이다.

전자는 내 잘못이라 사과를 했지만 서운함을 토로하며 길잡이의 무병장수를 빌더니 발길을 끊었다.

후자를 찍었던 사람은 나오는데 기분 상한 마스크걸은 아예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런 일이 있고도 찍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오늘 또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한 명은 가버린님, 한 명은 톡쏘는님으로 오랜만에 나온 두 사람이다.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같이 걸으러 나온 이상 단체 사진은 한 번 찍으라고 말한다.

그것마저 싫은 사람은 '걷고 먹고 찍고' 코스에 필수니까 나오지 말라고 하거나 자진해서 안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찍는 것도 가상하여 물구나무를 서건 마스크를 쓰건 뭐라 하지 않는다.


가버린님에게 나를 포함해 찍어 달라고 했다.

찍기 전에 톡쏘는님의 마스크가 거슬렸나 보다.


아니, 마스크 쓰고 찍을 거예요?


네, 그냥 찍으세요.


마스크 쓰고 찍으려면 뭐 하러 찍나요?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그냥 찍으세요.

내가 뭘 이래라저래라 했다고 그래요?

자꾸 마스크 벗으라고 하니 그렇지요.

마스크를 쓰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찍으면 되지.


두 길벗이 옥신각신하다 한 장 찍고 나서 톡쏘는 님의 말투에 기분이 상한 가버린님이 이대로 못 걷겠다고 했다.

작은 소리로, 찍어 달라고 한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고 하니 먼저 간다고 하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뒤에 남은 톡쏘는님 말로는 처음부터 가버린님이 초면에 가방 메는 것으로 이래라저래라 했고

사진 찍을 때도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는 것이다.

같이 걸으러 나와서 남이 뭘 하든 무슨 참견이냐고, 어린애냐고, 잔소리하게......

전철 안에서 후기를 올리자마자 가버린님의 댓글이 두 개 올라왔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것과 다음에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나오겠다는 댓글이다.

답을 했다.

‘모이는 건 함께, 중간에 가시는 건 자유예요. 다음에 뵈어요.’

성숙한 모습 운운한 댓글은 지우는 게 낫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서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인데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궁금증을 일으킬 것 같았다.

혹자는 나와 무슨 문제가 있었나 오해할 수도 있다.

한참을 안 읽더니 전화가 왔다.

두 번째 댓글은 지우는 게 좋겠다고 권하며 길잡이로서 조심스럽게 몇 마디 건넸다.

마음 상하셨지요? 남자분들이 오시면 가끔 여자들의 반응에 당황할 때가 있어요.

같이 걸으려고 온 것이지 누구 조언받고 충고받으려고 온 것이 아니기에

그런 낌새가 보이면 대부분 거부 반응을 일으켜요.

특히 남자들은 인사 외에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조심스러워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거든요.

마음 편히 걸으러 나오지만 성향이 가지각색이라 소소하게 신경 쓰고 부딪히는 경우가 있답니다.

‘걷고 먹고 찍고 쓰리고’의 신조가 ‘걷고 먹고 찍고 싸우고’가 된 날,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거지, 뭐...... 하면서 달콤한 '자유시간'을 입에 넣었는데도 왜 이리 씁쓸한가.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