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by Anima

요즘 전철은 시도 때도 없다.

출근 시간이고 퇴근 시간이고 점심시간이고 구별이 없다.

그냥 붐빈다. 사람이 많다.

대낮에도 몰려다니는 사람들 보면 나처럼 놀고먹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면서도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가 많긴 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어제도 관악산을 가려고 10시 조금 넘어 전철을 탔다.

요즘은 출근 시간도 자유인지 젊은이, 늙은이, 다늙은이 등 어린애들 빼고 다 있다.

빽빽한 한 차를 보내고 처음에 타니 자리에 앉을 만도 한데 노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에게 양보하느라 구석진 자리를 확보하고 섰다.

계속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 내 옆에 한 중년 남자가 자리 잡았다.

좁은 틈에서 한 번은 팔을 들다가 나를 쳐서 붐비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잠시 뒤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또 한 번 팔을 들더니 곧이어 내 토실한 엉덩이를 내리치는 것이었다.

강도로 보아 모르고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순간 불쾌함에 놀라서 바라보니 역시 게슴츠레한 눈이 인상적인 중늙은이였다.

만에 하나 실수일 수도 있다 생각해서 말도 못 하고 째려보고 말았다.

아직 날이 쌀쌀해서 엉덩이 부분을 패딩으로 감싼 바지를 입어 다행이었다.

그 남자의 손에 느껴지는 감촉을 반감시켰다고나 할까.


언젠가는 붐비지도 않는 전철에서 내 옆에 앉으려는 중늙은이에게-또 중늙은이가 문제다-

기습 공격을 당한 적도 있다. 내 옆에 앉으면서 ‘아고고고’ 하더니 내 허벅지에 손을 얹고 앉는 것이다.

순간 불쾌함에 쳐다봐도 '뭔 일 있나' 표정에 사과도 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무기는 째려보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내리는 척하면서 다른 칸으로 옮겨 갔다.

그럴 때마다 발딱발딱 항의하는 사람이 부럽다.


길벗들과 걷다가 팝업스토어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한 길벗이 어떤 여자 길벗에게 손으로 치며 무언가를 물었다.

그때 여자 길벗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치지 말아 주세욧! 왜 치고 그래요?

아니, 그냥 물어보려고......

그냥 물으면 되지, 치긴 왜 쳐요?

머쓱해진 그 남자는 뒤로 물러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구나 자신의 영역을 누군가 침범한다는 느낌이 들면 거부감을 갖는다.

대화할 때도 30~40cm 정도 떨어져 말하면 좋은데 바짝 다가오면 뒤로 자꾸 물러나게 된다.

상대방이 뒤로 물러나면 내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나, 말할 때 침이 튀었나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하면서 자꾸 팔을 건드리거나 옷이 예쁘다고 잡아당기면서 어디서 샀냐고 물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길을 걸으며 대화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자꾸 옆으로 미는 사람도 있다.


여기 보도블록이 똑바르게 있지요.

저는 이쪽 보도블록을 기준 삼아 갈 테니 님은 한 칸 떨어져 이쪽을 기준 삼아 가세요.


차간거리만 지킬 것이 아니라 인간거리도

안전하게 지키자고 말하려고 한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