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려고 하는데 미화원이 뭔가를 떼고 있었다.
바닥에 눌어붙은 껌과 음료수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기구를 사용하니 쉽게 제거되지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이라 힘들어 보였다.
절대 무릎 꿇게 하지 않는, 집에 있는 밀대가 생각났다.
매일 드나드는 전철역 내부는 휴지 하나 없이 깨끗해서 바닥에 무엇이 붙어 있는지 자세히 안 본다.
다시 보니 여러 군데 눌어붙은 자국이 눈에 뜨인다.
길거리에도 얼룩덜룩한 자국을 많이 볼 수 있다.
대개는 껌자국인 것 같다.
실제로 뱉는 것을 본 적은 없는데 언제 누가 스리슬쩍 뱉어 놓았는지 알 길이 없다.
뱉는 사람이 있으니 수고롭게 떼는 사람이 따로 있다.
걷기 전 매식을 하고 나오면 누군가는 사탕을 주고 누군가는 껌을 권한다.
음식 냄새를 없애고자 하는 일이다.
사탕은 받아 들고 껌은 사양한다.
이런 나도 한때는 껌 좀 씹던 여자였다.
스피아민트, 페퍼민트 씹다가 자일리톨 좀 씹어 봤다.
그러다가 누군가 턱 근육 발달한다고 해서 잠시 쉬었다.
한동안 껌을 멀리하다가 껌 씹는 저작활동이 뇌에 좋다고 해서 다시 씹었다.
껌 좀 씹는 여자들이 잘하는 것이 있다.
따닥 딱딱, 똑똑, 깔딱깔딱, 껌에 공기를 모아 눌러버리면서 내는 소리의 신공이다.
껌은 10분 정도만 씹고 버리라는데 저 신공은 10분 가지고는 될 수가 없다.
나도 여러 번 시도를 해봤는데 10분 이상을 넘기기가 어려워 성공하지 못했다.
길거리에서 요란하게, 엘리베이터에서 조용히 신공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점점 거슬리기 시작했다.
옆에 누가 있건 없건 따닥거린다.
소리 한 번 들어 보고 얼굴 한 번 쳐다본다.
‘안하무인이에요, 내 멋대로 살 거예요’라고 쓰여있다.
오래 씹다 보면 나도 저렇게 될 것 같아 타산지석으로 삼고 껌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대대적으로 난 기사를 보았다.
껌을 씹을 때 한 개에 수백, 수천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무게가 보통 2~6g인 껌 하나에서 최대 3,000여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며 연간 160~180개의 껌을 씹는다면 연간 수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도 있다고 한다.
껌을 생산하는 회사가 강력 항의했다는 후속기사가 없는 것을 보니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신뢰할만한 연구인가 보다.
내가 금껌하는 이유에 더해서 믿을만한 연구 결과가 나와 이제는 절대 안 씹을 것 같다.
길벗들이 주는 껌을 사양하면서도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다.
괜히 아는 척하는 것 같고, ‘그래, 벽에 분칠 할 때까지 살아라!’이런 말이나 들을 것 같아서다.
가끔 같이 걷는 길벗들 중에도 껌을 씹으며 딱딱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자기 딴에는 ‘내가 느끼는 이 경쾌한 소리를 너희들도 느껴 보시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 소리 정말 듣기 싫거든요.
미세플라스틱 침투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고 껌 좀 씹는다고 자랑하지 마세요.
면전에서 이런 말은 절대로 못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