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교를 아십니까

by Anima

전철 안이나 대합실에서 외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예수님 믿고 천국 갑시다!

안 믿으면 지옥 갑니다.


이렇게 외치며 왔다 갔다 하다가 한 소리 듣는다.

시끄러워여! 당신이나 믿고 천국 가시오.

난 안 믿고 지옥 갈랑게.

왜 저러나 몰라, 저러니 더 믿기 싫어!


듣기 거슬리긴 나도 마찬가지다.

지옥 갈만한 짓을 그다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그 험한 데 가겠다고 말은 못 하지만 제발 사람 많은 곳에서 저러고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다.

예수님 믿으라고 크게 외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도 있지만 웃으며 선물을 건네는 사람도 있다.

전도지에 사탕이나 건빵, 휴대용 휴지, 극세사 행주를 끼워 주기도 한다.

자주 써서 요긴한 휴대용 휴지를 줄 때가 제일 반갑다.

이 지역 사람이 아닌데...... 흘리는 말은 필요 없다.

내가 발 담근 우리 걷기 카페에도 신자들이 많다.

눈에 띄게 많은 것은 천주교 신자들이다.

걷기 중에 성당 순례나 미사를 보기도 한다.

비신자가 멋모르고 갔다가 1시간 정도를 밖에서 소요음영(逍遙吟詠)하며 사색에 잠겨야 한다.


친지들과 대화 중에 종교 얘기, 정치 얘기는 하지 말라고 하는데 길을 걸으면서도 마찬가지다.

대화 중에 서로 다른 종교관, 정치관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언성이 높아지기까지 한다.

우리 집안은 자고로 종교가 없는 집안이었다.

여기 있을 때는 교회를 몰랐던 작은언니와 남동생은 결혼하고 미국에 이민 간 이후로 독실한 신자로 거듭나서 행복을 주체 못 할 정도로 잘 살고 있다.

믿는 자에게 복을 주신다는 성경 말씀이 정말인가 보다.

아버지는 주변에서 무슨 일을 겪으셨는지 예수쟁이들이라고 거부반응을 보이시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기독교에 귀의하셨다.

큰며느리가 당신 제사 지내느라 고생할까 걱정된다고 간단히 하라는 뜻이었다.

묘비에 '성도 노 OO'라고 적혀 있다.

엄마는 큰며느리가 교회에 모시고 가 세례를 받으셨지만 그 길로 끝이었다.

집에 성경책은 많았지만 읽지 않으셨고 다리가 불편해서 교회도 못 가셨다.

그러나 묘비에 '성도 임 OO'라고 적혀 있다.

큰언니도 현재 교회 성가대에서 찬양하고 있다.

나도 종교를 두루 섭렵하기는 했다. 얼마 전에는 한남동 걷다가 이슬람 사원에서 사진을 찍고 왔다.

친구 따라 조계사에도 가보고, 성당에 가서 미사보도 써보고 신부님이 주시는 성체도 받아먹었다.

친구 따라 5회의 신앙 교육을 받고 그 길로 끝을 냈다. 대학교 다닐 때는 성가대에서 6개월간 찬송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도 성가를 흥얼거릴 때가 있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 넘치네. 할렐루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받고 있지요~~


여기저기 다녔어도 도저히 신심이 안 생겼다.

남들은 못 견딜 만큼 어려운 일이 생기면 종교에 의지한다는데 내가 믿는 종교는 나신교밖에 없다.

벗은 몸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믿는다.

사실 젊을 때, 꽃다운 시절에는 남부럽지 않은, 벗은 몸을 믿기도 했었지만 이제 다 부질없다.

이런 나를 보고 강하다고 한다. 교만하다고 한다.

강하게 사는 것도 나, 교만하게 보이는 것도 나, 강요하지 않강요당하지 않는 삶이 좋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