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곡에 있는 서울 식물원부터 마곡나루를 지나 한강 수변길을 걸었다.
서울식물원은 문화의 날에는 무료입장이지만 평일에는 65세 미만이면 입장료 5,000원을 내야 한다.
7명 가운데 한 명이 65세가 안 돼 표를 샀다.
아니, 아직 65세가 안 됐단 말이야?
6살짜리 손주 있다며?
손주 있으면 다 65세 이상인가?
누구는 지금 고등학생 손주가 있다는데......
아니마님은 좋겠다, 아직 할머니가 아니니.
손주 볼 일도 없어 묶이지도 않고.
그래서 우리 애들이 효자, 효녀라고 했더니 막내가 ‘엄마, 그거 칭찬 아닌 것 같은데.....’ 그러더라.
한참 가다가 한 길벗이 나를 처음 봤을 때 결혼 안 한 올드미스인지 알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처럼 등산복 차림에 짧은 파마머리가 아니라 치마레깅스에 머리가 길고 볼캡을 써서 젊어 보였나 보다.
대화 수준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었다.
먼저 수위 조절을 못한 것은 나다.
애가 셋이야. 결혼은 안 했는데 애를 셋이나 낳았어. 하하하
그런데 그 애가 성이 다 달라.
이 말을 한 길벗은 농담이었는지 모른다.
그걸 내가 진담으로 받았다.
셋이 다르지 않아. 둘만 달라.
내가 연예인이야, 공 OO이야?
어쨌든 능력자야. 결혼 안 하고 애를 셋이나 낳았으니. 하하하.
조금 가다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나를 세 번 결혼한 여자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치유를 목적으로 쓰고 출간한 소설집을 이미 여러 명에게 돌려서 알만한 사람은 나의 처지를 다 안다.
옆에 친한 길벗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나를 세 번 결혼한 여자로 아나 봐?
전에 누가 물어 보더라고요. 아니마님이 결혼 세 번 했냐고.
나 보고도 대놓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어.
내가 소설집을 뿌린 것이 20권이 넘으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
그래도 세 번은 아니다. 이건 짚고 넘어가야 돼.
그래도 덕분에 소설도 쓰고 계속 글을 쓰고 있으니 됐지요, 뭐.
그 남들 덕에 소설가도 되고 브런치에 글도 쓰니 고마워해야 하나. 하하하.
'잘못된 만남과 결혼, 이혼을 소재로 글을 써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
결코 문학적이지도, 예술적이지도 않은 언어로 날것 그대로 표현했다.
이 소재를 탈탈 털어 언제까지 욹어먹을 것인가, 언제까지 얘깃거리로 삼을 것인가.
방송인들이 결혼과 이혼, 재혼을 소재로 피로도를 높이며 방송을 이어나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방송인은 돈이라도 벌지......
이렇게 반성하면 도덕적, 양심적으로 옳겠지만 정신 건강에는 좋지 않다.
걷고 먹고 찍고 쓰는 것이 모두 건강을 위해서다.
계속 탈탈 털어 앙금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이니 무엇이 두려워 말문을 닫고 글문을 닫아걸겠는가.
정신적 피로는 이렇게 글로 써서 날려버리면 될 일이다.
이왕 내 삶이 그렇게 된 것 어쩌란 말이냐.
뻔뻔하게 살아야 건강에 좋다.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아야 심신건강에 좋다.'
이렇게 변명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사정은 어찌 됐든,
아니마, 너도 찔리기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