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15)

by Anima

# P강사와 복학생 S


봉 주리가 수강한 영어회화 과정은 P강사가 맡고 있었다.

P강사는 일찌감치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12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교수직을 알아보고 있는 중에 잠깐 문화센터에서 영어회화 강의를 맡고 있다고 했다.

봉 주리보다 세 살 위라 서른여덟이다.

세련된 용모에 영어도 잘하고 아는 것이 많아 지적인 매력에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거의 여자들인 수강생 중에 남자는 입대를 앞둔 휴학생과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남학생, 단 두 명이었다.


P강사는 4명씩 조를 짜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봉 주리는 자기보다 어린 여자 한 명과 두 남자와 한조가 되었다. 영어회화 초급과정이라 자유토론 시간에는 서로 버벅 거리고 웃다가 시간이 다 갔다. 주에 한 번이지만 한 조가 된 네 사람은 친해졌다. 나이로 보면 봉 주리가 언니이고 누나뻘이었다.


과정을 다 마치고 군대를 가게 된 대학생을 송별하기 위해 봉 주리가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복학생 S에게 연락을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일찍 나오셨네요.

다른 사람들은 왜 아직 안 오는 거지요?

다들 약속 있다고 못 나온다는데요.

네? 군대 가기 전에 송별회를 해주려고 했는데, 안 나온다고 했어요?

네, 그렇게 됐어요.


두 사람이 모두 약속이 있다고 거절했단 말인데 S의 말이 미심쩍기는 했지만 둘만 있다고 자리를 박차기도 뭐해서 밥을 사주고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그 후 S는 복학을 하고 잊을 만하면 근무하는 학교로 연락을 했다.


잘 지내시지요? 저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힘들겠어요.

괜찮아요. 또 연락할게요. 잘 지내세요.


이런 식이다. 별 말도 없다. 너 잘 지내냐, 나도 잘 지낸다고 몇 개월마다 끊어지지 않게 소식을 전했다.


S의 가정 형편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공부 잘하는 여동생은 오빠를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실업고등학교로 갔고 자신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벌고 있었다. 부모님이 장남인 아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라서 동생을 희생시켰는데 공부는 썩 잘하지 못했는지 재수를 해서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다고 한다.


봉 주리가 열한 살이나 어린 복학생 S의 연락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