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14)
행정실에 구성원이 달라진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고 나니 이제 소위 이혼녀가 되었구나 하고 실감을 하게 된다.
이 진상이 출근길에 나타나고 학교에 들이닥쳐 망신을 주었어도 얼굴 들고 다녔는데 막상 이혼한 여자가 되고 보니 언행이 조심스러워졌다.
가깝게 지내는 동료들에게도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행정실로부터 흘러나왔는지 몇몇 동료들이 봉 주리의 눈치를 보는 것도 같았다.
봉 주리가 부서 회식하는 날에 잠깐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상황을 나중에야 듣게 되었다.
봉 선생님 말이야, 얼마 전에 이혼했다는데 알고 있었어요?
그래요? 몰랐는데, 결혼한 사람들은 남편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 전혀 그러지를 않아서 이상하긴 했어요.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는 하지 맙시다.
그중에 봉 주리와 친한 선생이 일침을 가해서 더 이상 봉 주리에 대한 험담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에서의 생활과는 별개로 마음은 날아갈 것 같았다. 청춘이라 할 수 있는 20대 말에서 30대 중반을, 벗어날 수 없는 지옥처럼 살았는데 이제 윤아를 키우면서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기대를 하기도 한다. 아직은 어린 윤아 때문에 친정살이 중이지만 최대의 불효를 저지르고 나니 부모님 볼 면목이 없어 조만간 집을 구해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윤아도 어리고 이혼한 상태에서 아직은 나가서 살 생각 말라고 만류하는 바람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친정살이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윤아가 의지할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것이 다행이었고 봉 주리 자신도 학교 일 때문에 늦는 경우 안심이 되었고, 가끔은 개인적인 일도 할 수 있었다.
심신이 안정되지 않아 학교에서는 빈 시간에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을 하고 퇴근 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문화센터에 가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럭저럭 이혼한 지도 1년이 지났다.
문화센터에서 그리기 과정을 끝내고 영어회화 수강 신청을 했다.
그곳에서 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