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13)

by Anima

# 봉 주리 이혼하다


봉 주리와 이 진상은 1년도 못 살고 결혼 생활을 소송으로 끝냈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하여 3개월 만에 아기를 갖고 6년여에 걸친 별거생활 끝에 이혼 소송으로 마무리했다.


판사는 부부가 서로 노력해서 살 생각하지 않고 이 진상 표현대로 툭하면 집을 나간 봉 주리의 행동도 잘한 것 없다고 판단하여 쌍방 주고받는 것 없이 윤아의 친권만 봉 주리가 갖는 것으로 했다. 이진상은 아비 된 자로서 양육비마저 거부하였다. 요즘 같으면 양육비지급 거부자로 명단 공개하며 끝까지 독촉을 했을 텐데 봉 주리는 하루라도 빨리 진상을 안 보는 것과 윤아의 친권만 갖게 된 것으로 만족하였다.


별거 기간 동안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집이며 직장으로 찾아다니던 이 진상은 이혼으로 판결이 나자 소식을 딱 끊었다. 공기총으로 쏜다, 회를 뜬다, 불태운다 등등 갖은 끔찍한 방법으로 죽인다고 협박하던 이 진상이 판결문 앞에서 쥐 죽은 듯 납작 엎드린 것이 신기하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면모를 보이는 것인지, 이런 줄 알았으면 벌벌 떨지도 않고 일찌감치 법의 힘을 빌렸을 텐데......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봉 주리는 출퇴근 할 때마다 주변을 살피며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진상 탓에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봉 주리의 사생활을 고등학교에 부임하고는 아는 사람이 없어 평온하게 다니고 있었는데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별거 생활이라도 법적으로는 부부라 가족 수당을 그대로 받고 있었는데 이혼을 했으니 행정실에 가족 수당 변경 신청을 해야 했다. 모른 척하고 계속 받으면 횡령이 되는 것이다. 연말까지 버티다 정산 때 토해 내면 또 그 무슨 망신인가. 봉 주리와 윤아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 진상과 이혼한 것이 백 번 옳지만 이혼 뒤에 처리해야 할 행정적인 문제와 함께 동료들도 결국 알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생겼다. 또 교단에서는 학생들을 떳떳이 가르칠 수 있을까? 6년을 버티며 참은 것은 이 진상의 거부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장에서 받을 따가운 시선들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봉 주리는 행정실을 찾아가 평소에 호의적인 급여 담당 직원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제가요, 이번에 가족사항에 변동이 생겼어요.

변동이요? 출산하신 건 아니겠고, 하하.

무슨 일이신가요?

사실은 얼마 전에 이혼을 했어요.

아, 그러세요. 그러면 변경된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만 제출하시면 돼요.


행정실에 보고가 되었으니 이제 동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6년을 시달린 끝에 쟁취한 이혼이라 축하를 받을 일이지만 처신은 어렵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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