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16)
봉 주리는 강의 초기부터 P강사를 만나고 있었다.
영어회화를 수강하러 갔으면 열심히 배울 일이지 강사와 연애가 웬일이냐!
P강사는 수강생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고 봉 주리 역시 호감이 있었지만 관심 없는 척했다.
이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남자에게 관심을 가질 처지가 아니다.
봉 주리가 조신한 태도로 관망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집으로 가는 길이 같았다.
그는 봉 주리가 사는 친정 근처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나고 같이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는 몇 군데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강의가 없는 날은 남동생 사무실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대학에 정규 교수 자리를 알아보는데 몇 군데 이력서를 넣고 기다리는 중이라 한다.
봉 주리가 묻기도 전에 미국에서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말을 해주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대학원까지 마치고 금융회사에서 일하다가 미국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 낳고 헤어졌다고 한다.
무슨 이유로 헤어졌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았고 말해 주지도 않았다.
이혼한 후에는 미국에서 살 수가 없어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P강사를 처음 봤을 때 기혼자인 줄 알았다.
결혼 예물인 듯 반지를 끼고 있었고 고급스러운 롤렉스 시계도 차고 있었다.
늘 단정하게 조지 아르마니의 양복을 입고 강의를 했다.
이혼하고도 반지를 끼고 있는 이유는 여자들이 자꾸 관심을 보여서 할 수 없이 낀다고 했다.
눈에 띄는 외모니 그럴 만도 하다.
봉 주리는 영어회화 과정이 끝나고도 그를 계속 만났다.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 보고 전남편과 중매로 결혼하고 이혼했으니 남자에 대해 잘 모르는 봉 주리다.
P강사가 친절하게 대해 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니 그에게로 마음이 가는 것을 느꼈다.
P강사와 사귄 지 거의 1년이 되어가는데 주리는 마음 한 편이 답답하기만 했다.
우리 만난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계속 이렇게 만나기만 해요?
그럼 어떻게 할까? 결혼?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나는 매월 미국에 있는 아들 양육비를 보내고 있어. 가끔 전처와 통화도 하는데 그걸 주리가 감당할 수 있어?
그리고 난 아직 안정된 직업이 아닌 강사 처지잖아.
조금 기다려 줄 수 있어?
며칠 있으면 부산에 사는 여동생이 서울에 오니까 남동생과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