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17)
봉 주리는 P강사에 대해서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친정살이하는 주리에게 부모님은 이혼한 지 몇 개월이 됐다고 또 남자를 만나냐고 할 것이 분명했다.
경솔한 선택으로 6, 7년을 시달리고도 또 남자에게 눈이 가는 딸이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교제한 지 1년이 되어 간다고 결혼에 안달 난 사람처럼 구는 봉 주리를 달래기 위해 P강사는 두 동생과의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
부산에서 여동생이 서울로 와서 남동생 사무실에서 같이 만났다.
결혼을 위한 상견례가 아니기에 사무실이라도 괜찮았다.
여동생은 봉 주리를 반기는데 남동생은 인사만 하고 바쁘다는 듯 나가버렸다.
여동생은 오빠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이제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견례 아닌 상견례가 끝나고 사무실을 나오며 물었다.
여동생이 오빠를 많이 생각하고 마음씨가 착하네요. 남동생은 퉁명스러운데 무슨 이유가 있나요?
맏이인 내가 유학을 하는 바람에 부모님이 동생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 하셨을 거야.
더구나 지금 내 처지를 여동생은 이해를 하는 편인데 남동생은 불만이 많지.
이혼하고 돌아와서 아직 자리도 못 잡았으니.....
봉 주리 부모님에게는 P강사와의 교제 사실을 차차 알리기로 하고 휴일에 P강사와 윤아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다.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 속에서 봉 주리도 마치 한가족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행복했다.
그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미국에 두고 온 아들 생각이 나서 그럴 거라고 이해했다.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손을 잡고 걸었으면 했는데 그는 주리 손도, 윤아 손도 잡지 않았다.
그러다 많은 인파에 휩쓸려 윤아만 챙기다가 그를 놓치고 말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이리저리 헤맨 끝에 저만치 서있는 그를 보고 손을 흔들었으나 그는 모른 척 다른 데로 가버리고 말았다.
분명히 이쪽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P강사를 만난 봉 주리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모녀가 부끄러운 듯 앞서 가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봉 주리가 운전하는 옆에서
별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앞만 보고 있었다.
뒤에서 윤아는 새근새근 자고 있고 돌아오는 내내 둘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