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33)
집으로 가는 길에는 조금만 공원이 있다. 사람들은 잔디밭에 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없어도 잘 포장된 길로 다니지 풀밭으로 다니지 않는다. 주리는 포장된 도로와 풀밭 사이로 흙길이 있어 혼자 걷곤 했다. 풀 향기와 포근하게 밟히는 흙이 좋았다. S를 데리고 그 길을 걸었다. 팔짱을 끼고 꼭 붙어서 걸으면 두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우리는 이 길처럼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을 걷는 거야. 좁은 길이라 불편해서 그런지도 모르고 가끔 밟히는 잡초가 있어서 그런지도 몰라. 끝까지 가면 점점 길이 좁아져서 한 줄로 가야 될 거야. 지금처럼 둘이 팔짱 끼고 갈 수도 있고 자기가 내 손을 잡고 앞서 갈 수도 있어. 발밑에서 가끔 자라는 풀들이 아우성칠 수도 있어. 우린 그런 것 아랑곳하지 않고 이 길을 잘 갈 수 있을까?
멋진 비유인데!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길 같지도 않은 길을 가려고 하지? 생각할 수도 있겠지. 우린 이미 우리 둘만 바라보며 이 길로 들어선 거야. 난 앞서 가지도 않고 나란히 갈 거야. 가는 길이 좁으면 내가 안고 가지. 업고 갈 수도 있지. 더 이상 살찌면 안 된다. 나 넘어지니까. 하하
웃으면서 한 번 들어선 길에서 되돌아가지 않기로 다짐한 두 사람은 봉 주리 집에 인사를 오기에 앞서 윤아와 처음 만나기로 했다.
윤아야, 오늘은 엄마와 둘이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어떤 아저씨랑 같이 갈 거야.
어떤 아저씨? 전에 놀이동산에서 잃어버렸던 아저씨?
아, 아...... 그 아저씨 아니고, 다른 아저씨인데 더 멋지고 좋은 사람이야.
아직 어린 윤아에게 이 아저씨 저 아저씨 보여 주고 다니는 것이 엄마로서 참 부끄럽지만 이번이 끝이고 시작이라고 내심 위로해 본다.
S는 윤아를 보자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어 앉혀 주었다. 그리고 주리 옆에 앉아 손을 뻗어 윤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아구나, 예쁘네! 엄마 많이 닮았구나. 오늘 우리 놀이동산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재미있게 놀자.
윤아는 나 안 닮아서 예뻐.
주리는 이 말을 하고 아차 싶었지만 사실이다. 윤아는 숨길 수 없는 전남편의 유전자를 가졌다. 그가 자라면서 성격 파탄이 얼굴에 나타나서 그렇지 어릴 때 사진 보면 귀염성 있는 얼굴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귀여움을 찾으래야 찾을 수 없는 주리는 윤아에게 귀여움이 뚝뚝 떨어져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온종일 돌아다닌 끝에 지쳐 잠든 윤아를 침대에 눕히고 봉 주리는 차에서 기다리는 S에게로 다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