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32)
여주에 도착한 봉 주리와 S는 점심을 먹고 신륵사를 찾았다. 둘 다 신자는 아니었지만 불상 앞에서 불전함에 지폐를 공양하며 각자 빌었다.
뭐라고 빌었어?
나는 부모님 건강하시고 윤아도 잘 자라고 우리 사이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게 해달라고 빌었지. 자기는?
만 원 한 장 넣고 뭘 그렇게 많이 비나? 난 단 한 가지! 주리와 영원히 함께 하게 해달라고 빌었지.
영원히?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 다들 맹세하지만 끝이 다 있잖아. 좋게 끝나든지, 나쁘게 끝나든지. 우리의 끝은 어떻게 될까, 무척 궁금해.
주리는 나와 만날 때는 끝을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현재를 즐기면 돼. 현재 행복하면 돼. 나는 오늘 마치 신혼여행 온 것 같아. 흥분돼서 죽겠어.
마치 신혼여행 온 것 같다는 S의 말처럼 봉 주리도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그가 예약한 호텔로 들어섰다. 전남편과의 신혼여행 이후로 처음 들어서는 호텔이다. 여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전망이 좋은 곳이다. 둘은 신혼여행 차림은 아니지만 마음은 신혼부부였다. 방에 들어서자 커튼을 젖히고 그 시원한 풍광에 탄성을 지르는데 갑자기 S가 뒤에서 껴안는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자기도 그렇지? 나 심장 뛰는 소리 들려?
응, 사실 나는 차에서 자기가 내 손을 잡아 가슴으로 이끌 때부터 흥분했어. 이렇게 뒤에서 껴안으니 너무 좋아. 포근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행복해. 나보다 큰 사람 품에 쏙 안겨서 새처럼 파들파들 떠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그런 사람은 한 번도 못 만났어. 사실 내가 새처럼 작지도 않잖아. 하하
날뛰는 가슴을 감추려고 우스개 소리를 했지만 그는 웃지도 않고 그냥 더 세게 안아 주었다. 그날 밤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여주인공과 때 묻지 않은 박력의 남주인공이 감독 없이 에로틱한 영화를 한 편 찍느라고 날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11시쯤 느지막이 일어나 서로를 바라보며 다정한 포옹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봉 주리와 S는 오늘만 생각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앞에 놓인 삶이 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