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31)
S와 첫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마침 학교에서 학생수련회를 앞둔 시기라 부모님께는 수련회 답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윤아에게는 다음 주에는 놀이동산에 꼭 데리고 가겠다는 말로 다독이고 집을 나섰다. 37년 세월에 기억나지도 않는 유아 시절의 거짓말을 빼면 선의의 거짓말도 못 하는 주리가 그를 만나면서 무척이나 거짓말이 늘었다. 딸로서 엄마로서 양심을 저버린 짓이라는 것을 알지만 S에 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기 구두 신고 왔네? 운동화 신어야 편할 텐데...... 옷도 좀 덥겠다. 우리 저기 가서 옷 좀 사 입고 가자.
봉 주리는 구두 신고 긴소매 셔츠를 입고 온 S를 스포츠 용품 매장으로 이끌었다. 주리 역시 부모님을 의식하며 긴 바지를 입고 나온 것이 답답해서 짧은 골프치마를 골라 입었다. S에게는 민소매 셔츠와 적당한 길이의 반바지를 입히니 스포티하게 보인다. 운동화도 어울리는 것으로 골라 풀세트로 장착하니 S의 경쾌한 매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야, 멋있다!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나? 거기에 반바지가 신의 한 수네. 하하. 나는 어때?
이러고 다닌 적이 없어서 쑥스럽네. 자기는 너무 예뻐. 다리가 이렇게 늘씬한지 몰랐네. 매일 긴치마, 긴 바지만 입고 다녀서.
구불구불 긴 웨이브 머리, 몸에 붙는 티셔츠, 짧은 골프치마를 입은 봉 주리는 남이 보기에도 20대 같아 보여 젊은 S와 같이 다녀도 꿇릴 것이 없으리라고 자신감을 가져 본다.
그와의 첫 여행이고 일박 이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모텔 골목길에서 서성이며 갈등하던 날을 벗어나 이제 둘만의 시간에 둘 만의 공간으로 이동이 시작되는 설렘이 차 안에 가득 찼다. 운전면허는 있지만 아직 차가 없는 S이기에 봉 주리는 자기 차를 운전하며 옆 자리의 S를 힐끔 쳐다보았다. 첫인상도 그랬지만 해사한 귀공자 타입의 젊은 남자가 옆에 앉아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시선을 느낀 그와 눈이 마주 치자 S는 웃으며 손을 뻗어 주리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으로 이끈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처음 느끼는 포근함과 가슴이 뛰는 행복한 전율......
자기 볼 때마다 예쁘지만 오늘따라 더 예뻐 보여.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네. 이 손도 도착할 때까지 계속 잡고 싶어.
제눈에 안경이라더니 나 예쁘다는 사람 자기밖에 없어. 나 아직 한 손으로 운전 못 해. 더구나 흥분하면 사고 날 수도 있어. 하하.
그는 차가 신호에 걸릴 때마다 주리의 손을 잡고 신호가 풀리면 놔주는 행동을 반복했다. 전 남편의 차를 타봤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고 P강사는 차가 없어 연인들끼리 이렇게 설레는 행동을 하는 줄 몰랐다. 이제야 설레는 가엾은 봉 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