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서러운 이야기

by Anima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것 저도 이해해요. 나이도 모르고 상황도 모르고 그저 대화가 잘 통해서 만나다 보니 정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결혼할 것도 아니라서 조건 같은 것 따지지도 않았고요. 지금도 모르겠어요. 결혼까지 할 수 있을지......


윤아 아빠, 그 사람도 처음에는 몰랐잖아. 살아보고야 알았지. 그때도 서울대 병원 임상병리 연구원이라고 속이지 않았니. 살아보니 미성숙에 무능력자라니, 참...... 뭘 보고 판단을 했는지 우리 모두 속았잖아. 이번에는 영업직이고 너보다 한참 어리다니 좀 불안하긴 하구나. 너를 무척 아끼는 것도 같고, 말도 잘하고, 믿음직하게는 생겼다만 부모님이 둘 사이를 허락할지도 모르겠고...... 사실 나나 아버지도 둘의 결혼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서로 좋아서 우리가 말려도 계속 만날 거잖아.


어머니의 말을 듣던 봉 주리는 자신은 꼭 장 자성과 결혼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결혼에 이르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기에 섣불리 결혼하겠다는 말을 못 한다. 더구나 지금 임신 상태라고 말을 못 하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남이 보기에 봉 주리와 장 자성은 오로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사는 하루살이, 뜨거운 줄도 모르고 화려한 불빛 속으로 날아드는 한 쌍의 부나방이 아닐까. 처음부터 누군가 두 사람의 행적을 좇았다면 두 팔 걷어붙이고 말렸을 상황이다. 결국 임신이라는 돌발 상황에 이르러 둘의 해결책은 결혼을 앞당기는 일밖에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늦게 자성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도 아직 안 잤네. 나 걱정 돼서 전화했어. 두 분이 자기에게 호감은 있지만 많이 걱정하시더라.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그냥 좋으면 계속 만나 보라는 거지. 나보다 너무 젊고 직업도 안정적이지 않다고 걱정하셨어. 나는 아기 가졌다는 말도 못 해서 답답하고 생각이 많아져.


불안해하지 말고 잘 자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 잤어? 우리가 부모님 마음 이해해야지. 나도 우리 부모님께 언제 말씀드려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 보자. 강력한 벽을 뚫고 나온 우리 그 대단한 놈 생각해서 몸과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지, 안 그래? 하하.


자기는 참 불안한 게 없는 것 같아. 이런 상황에도 웃음이 나오다니. 걱정은 내가 다 하고 매일 자기는 하하 웃기만 하고.


며칠 뒤 두 사람은 가끔 가는 서울대 입구 그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봉 주리가 여사장의 주문하라는 말에 한 사람 오면 같이 시킬 테니 우선 물만 달라니까 테이블 위에 물컵을 탕 하고 내려놓는다. 가끔 가던 그 카페라 별로 말을 섞지 않은 주인과 손님에 불과했는데 불친절하게 대하니 기분이 나빠졌다. 그날따라 늦어지는 그 사람도 빨리 보고 싶고 뱃속에 들어선 아기도 걱정하고 있는데 주인의 부당한 대우를 받으니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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