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가고 달은 차는데

by Anima

이상하게 카페 여사장은 둘이 올 때마다 유심히 바라보며 서빙을 했다. 둘이 있을 때는 친절했지만 이제 주리 혼자 있으니 물컵도 탕 던지듯이 놓고 한 번 더 쳐다보고 가버린다. 둘 사이가 다정해서 질투할 리는 만무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다. 둘 사이를 불륜이라고 의심하는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인 장 자성이 아무리 나이 들어 보여도 아직 20대 풋내기이고, 주리가 제아무리 젊게 치장하려고 해도 애를 낳은 30대 중반의 원숙한 여자다. 여사장은 매주 한 번씩 오는 쟤들이 아무리 애틋한 몸짓을 해도 지탄받아 마땅할 불륜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봉 주리는 그런 시선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 억울하다 못해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어,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엥? 우는 거야? 왜 울어? 내가 너무 늦어서 그런 거야?


왜 이렇게 늦게 와. 30분이나 기다렸잖아. 나만 먼저 와서 기다리게 하고, 매일 이게 뭐냐고!


미안해. 나오는데 누가 와서 상담을 하느라고 늦었어. 울지 마. 울면 우리 대단한 놈도 엄마 따라 같이 울 거야.


여사장에게 당한 일은 말할 건수도 안 되는 사소한 일이라 말도 하지 못하고 계속 울다 보니 서러움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날이 가고 달이 가니 배는 불러오는데 부모님께 말 못 하고, 직장에서는 낯빛이 좋지 않다는 말이나 듣고, 카페 여사장에게까지 푸대접이나 받으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계속 흐른다. 밤이고 낮이고 만사가 귀찮아 자리에 눕고만 싶은데 이 남자는 왜 아직 부모님 뵙자는 말도 없냐 말이다.


우리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맞나 싶어. 우리 부모님 뵌 지가 언젠데 자기 집에는 말도 안 꺼낸 상태잖아. 자기는 걱정 말라고 큰 소리나 치고 매일 하하하...... 동료들이 나 보고 안색이 나쁘다는 둥 피곤해 보인다는 둥, 날씬하더니 살이 조금 쪘느냐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더라.


나도 생각 많이 하고 있어. 내가 장남이잖아. 두 동생과는 달리 내게 거는 기대가 커서 조심하는 중이야. 주리에게는 정말 미안해. 자기 부모님께는 임신했다는 말은 못 했잖아. 우리 부모님께는 임신했다는 말부터 해야 될 것 같아. 우리가 결혼을 앞당길 수 있는 강력한 한 방! 걱정하지 마. 내일 꼭 말씀드릴게.


봉 주리를 가만히 안아 주는 장 자성의 얼굴에는 스물여섯 해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4화말하자면 서러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