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의 서곡

by Anima

봉 주리의 눈물을 본 장 자성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일생일대의 고백을 어머니께 먼저 하기로 했다.


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제가 얼마 전부터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어머니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그래? 나이는? 뭐 하는 여자인데? 괜찮게 생겼냐? 부모형제는 어떻게 되나?


나이는 저보다 다섯 살 위니까 서른한 살이고, 고등학교 교사예요. 용모는 그럭저럭 보통은 되고요. 부모님, 언니 둘, 남동생 둘이래요. 부모님은 먼저 만나 뵈었어요.


세상에! 다섯 살 위라고? 누나도 한참 누나네. 그냥 만나는 거지? 설마 결혼까지 생각하겠어.


그냥 만나면 어머니께 왜 소개를 하겠어요? 결혼도 생각하고 있어요.


됐다, 결혼은 무슨...... 그냥 니들끼리 좋으면 만나는 거지. 직업은 괜찮네.


어머니, 그 여자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순수하고 좋은 여자예요.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께 소개하려고요.


나이 많은 여자랑 얼마나 만났다고 결혼을 하겠다니?


편하게 알고 지낸 지는 일 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으로 만난 지는 오 개월이 돼가요.


좀 더 만나 봐야지. 그래도 안 돼, 결혼은. 나이가 너무 많다.


어머니, 결혼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사실은 우리 아기를 가졌어요.


뭐라고! 아니 너 미쳤니? 돌았니? 이게 무슨 일이야, 세상에!


장 자성은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이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어머니, 사실은 딸이 하나 있는 이혼한 여자예요.


들을수록 점입가경에 설상가상이다.


뭐라는 거니? 얘가 진짜 돌았구나! 고혈압 있는 아버지 아시면 쓰러지신다. 그냥 애는 떼버리고 당장 헤어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왕복 두 시간이 넘는 일산에 가서 남에 가게 붙어 있는 쪽방에서 김밥 말아 번 돈으로 대학까지 가르쳤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아이고 내 팔자야! 네 동생들은 어떻고? 너 때문에 둘 다 실업학교 간 거는 생각 안 하니? 너는 우리 집 장남이야. 정신 차려!


어머니, 실망시켜서 죄송해요. 하지만 저도 성인이라 둘이 결혼할 수도 있는데 부모님께는 알려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걸 말이라고 하니? 너희만 좋다고 하는 게 결혼이냐? 결혼이 장난이야, 소꿉놀이야? 아버지께 말하지 말고, 일단 내가 먼저 만나볼게. 내일 당장 약속 잡아라.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친 후 장 자성은 마음을 추스르고 주리에게 소식을 전했다.


어머니가 먼저 자기를 만나 보시겠대. 내일 6시에 카페로 와. 나는 어머니 모시고 갈게.


그래? 어느 정도까지 말씀드렸어? 많이 놀라셨을 거야.


거의 다. 나이가 위라는 것과 이혼하고 딸 데리고 친정에 산다는 것, 임신했다는 것 모두. 이제 속이 후련하네.


그럼 다 말한 거잖아. 말하는 자기도 힘들고 듣는 어머니도 참 힘들었겠어. 미안해. 나 때문에 마음고생하게 해서.


담담하게 상황을 말하는 장 자성의 목소리에서 안도감을 느낀 봉 주리는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어떤 모습으로 나가야 할지 고민하며 옷장을 뒤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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