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의 끝

by Anima

아직 임신한 티가 안 나니까 허리가 들어간 원피스를 입을까, 싱글로 쫙 빼입을까? 아니야, 좀 더 젊게 보이게 캐주얼하게 입고 나갈까 보다. 봉 주리는 들뜬 마음으로 장 자성이 예쁘고 젊어 보인다고 말했던 자잘한 꽃무늬 원피스를 골라 걸어두고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학교에 출근한 봉 주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컴컴한 교무실에 들어섰더니 교사들이 한 명도 없다. 모두 수업에 들어갔나 하고 교실로 들어서니 내 수업 시간인데 다른 교사가 수업을 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주리 쪽을 차갑게 쳐다본다. 이 교실이 아닌가, 돌아서는데 도무지 교실을 찾을 수가 없다. 초조하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이건 분명히 꿈이야 하며 잠에서 깨었다.


봉 주리는 꿈은 반대라니까 꿈에서처럼 불길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며 애써 마음을 다독였지만 긴장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시계만 바라보다 겨우 수업을 마치고 카페로 들어 선 시간은 약속보다 30분 앞서 있었다. 화장실도 갔다가 화장도 다시 고치고 물컵도 들었다 놨다 하는데 장 자성과 그 어머니가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나타났다. 꼭 닮은 아들과 함께 들어선 중년의 여인은 고생했다고는 하지만 무척 선이 곱고 귀티가 나는 얼굴이었다. 세 사람은 칸막이가 있는 곳이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 차단된 별실로 자리를 옮겼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봉 주리라고 합니다.


장 자성의 어머니는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눈을 피한 채 아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끼리 얘기할 게 있으니 넌 밖에 나가 있어라.


왜요? 그냥 말씀하세요.


아, 나가라니까! 여자끼리 할 말이 있어.


자성 씨, 어머니 말씀대로 하세요.


봉 주리가 난데없는 경어를 쓰며 장 자성을 밀어내니 키 큰 장자성이 불안한 눈빛으로 봉 주리를 바라보며 꾸부정하게 나갔다.


내가 아가씨를, 아니 뭐라고 불러야 되나? 봉 주리라고 했지요. 자성이가 하도 만나달라고 보채기에 누군가 궁금해서 나왔어요. 애 아버지에게는 한 마디도 못하고 나왔어요. 아마 알면 뒷목 잡고 쓰러질 거예요. 지금 나도 가슴이 벌렁거려서 주체를 못 하겠네요. 톡 까놓고 말해서 이 만남이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해요? 결혼까지 생각한다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요? 이혼하고 딸 하나 있고, 나이는 자성이보다 훨씬 많고 임신까지 했다고요? 그 말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내가 그런 사람을 인정할 수 있겠냐고요, 며느릿감으로 받아들일 것 같으냐고요?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정이 들고 서로 좋아하게 돼서 이 상황까지 왔어요.


죄송할 것도 없고 사과할 것도 없어요. 나이 꽤나 먹은 사람이 젊은 남자 꼬드겨서 이 지경까지 온 게 참 이해가 안 되는군요. 거두절미하고 애는 깨끗이 떼버리고 갈 길 가세요. 새파란 젊은 애 앞길을 막는 것도 유분수지, 기가 막혀서 잠 한숨 못 잤어요. 애들 가르치는 선생이라니까 현명하게 처신하리라 믿어요. 그리고 더 이상 다시 만날 일이 없게 잘 처리하세요.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언성을 높이며 장황하게 늘어놓는 장 자성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머금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못 하던 봉 주리는 애를 떼라는 말에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더니 곧이어 신음소리와 함께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아 내었다. 어머니는 그러거나 말거나 나가버리고 봉 주리는 장 자성이 들어오는 것도 모른 채 테이블에 엎드려 봇물처럼 터진 눈물과 함께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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