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성은 어머니에게 택시를 잡아주고 황급히 주리가 있는 카페로 들어섰다. 테이블에 엎드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울고 있는 봉 주리를 일으켜 세운 장 자성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품에 안고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했는지 짐작이 가. 미안해. 자기에게 이런 고통을 줘서 정말 미안해.
어머니가 나보고 애 딸린 이혼녀가 젊은 애 꼬드겨서 임신까지 한 나쁜 여자래. 그런 말 들어 마땅하지, 당연하지. 그렇지만 우리 아기 없앨 수 없어. 자기를 포기하더라도 우리 아기는 안 돼. 자기 먼저 가. 난 더 있다 갈게.
우리 둘 다 부모님 반응은 예상했잖아. 괜찮아질 거야. 좀 시간이 지나면 허락하실 거야. 주리도 아기도 포기 안 해!
장 자성 어머니에게 한바탕 수모와 굴욕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봉 주리는 엄마를 기다리다 잠든 윤아를 보자 또 눈물이 쏟아졌다.
윤아야, 너한테 제일 미안하다. 엄마가 또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아빠 없이 큰 우리 윤아, 아빠를 만들어 주겠다는 건 나를 위한 핑계겠지. 윤아야, 이제 어떻게 하니. 엄마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럭저럭 시간이 가고 봉 주리가 임신한 지도 3개월이 넘었다. 가을이라 찬바람에 넉넉한 옷을 입고 다녀서 직장 동료들은 봉 주리의 임신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부모님들도 살이 좀 쪘나 보다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지만 만날 때마다 눈물 바람을 일으키는 봉 주리를 보는 장 자성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혼은 절대 안 된다, 아버지에게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절대 알리지 말라고 어머니가 신신당부를 했지만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봉 주리는 그 어려움을 이해는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장 자성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다가 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찬바람이 더 거세지던 초겨울 어느 날 봉 주리에게 장 자성의 부모님이 보자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 자성이 결단을 내려 아버지께 고해성사하듯 봉 주리에 대해 털어놓은 것이다.
아버지는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처분만 기다리는 두 사람에게 어머니처럼 수모를 주며 다그치지 않았다.
우리 자성이에게 다 얘기 들었네만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겠네. 거두절미하고 봄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이번 겨울에 둘이 결혼식 올리도록 해라.
들어서 알고 있지만 형식적인 질문 몇 마디 후에 다짜고짜 결혼식을 올리라고 했다. 어찌 됐든 맏아들의 자식을 잉태한 여자를 내칠 수 없는 아버지의 고심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옆에서 어머니는 쓴 입맛을 다시며 한 마디 덧붙였다.
이제 어쩌겠니? 너희가 아기를 가졌으니 우리도 할 수 없이 허락하는 거야.
부모님이 나간 뒤에 남겨진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깊은 포옹을 나누었다. 그동안 수없이 밤잠을 설친 두 사람은 이제 다 해결됐으니 발 뻗고 자도 되겠다며 양가 부모님 모시고 상견례 약속을 잡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