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일

by Anima

봉 주리는 이렇게 된 이상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사실은 어제 자성 씨 부모님 만나고 왔어요. 봄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번 겨울에 결혼식 하라고 했어요. 그전에 부모님만 상견례하기로 하고요.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사실 저 임신했어요. 죄송해요.


참나,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구나. 어쩐지 네가 좀 까칠하고 입맛도 없는 것 같아 몸이 편치 않다고 생각은 했다만. 그 사람이 인상과 태도는 좋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걱정이 많이 된다. 나이도 그렇고, 직업도 그렇고. 한 번 결혼에 실패했으면 신중해야 하는데 이렇게 임신까지 했으니 이것저것 따질 수도 없게 돼버렸구나.


걱정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서로 각오하고 만난 거니까 잘 헤쳐 나가겠지. 둘 다 성인이고 이제 와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윤아는 데려가면 안 된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윤아는 당연히 제가 데리고 살아야지요.


너희 둘 사이에 윤아가 있으면 어려움이 많을 거야. 윤아는 계속 우리가 키우다시피 했고 우리가 잘 돌볼 테니 두 사람만 별 탈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게 좋겠다. 또 곧 아기가 태어날 텐데 직장 다니면서 둘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니?


봉 주리는 재혼을 하면서 저만 잘 살자고 윤아를 남겨두고 갈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재혼을 생각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윤아에게 번듯한 아빠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한 가족이 되어 아이를 가운데 두고 손잡고 나들이하는 상상을 여러 번 했다. 남 보기에 믿음직한 남편, 자상한 아빠가 있는 가족을 바랐다.


한 고비 넘기니 또 한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장 자성을 만난 봉 주리는 부모님과 있었던 대화를 전했다.


우리 부모님이 윤아를 데리고 결혼하지 말래. 난 그럴 수 없어. 내가 자기를 택한 것이 윤아 때문인 것도 있어.


사실 우리 부모님도 자기를 만나고 온 날, 할 수 없이 결혼은 허락했지만 윤아는 안 데리고 왔으면 하셨어.


내가 어떻게 이혼했는지 자기도 알잖아. 모든 거 다 양보해서 윤아에게만은 좋은 아빠가 되리라는 일말의 희망만 있어도 소송은 하지 않았을 거야. 위자료 한 푼 없이 윤아 친권만 가져오는 조건으로 이혼했어.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윤아를 버리라는 거야? 자기 생각도 그래? 부모님과 같아?


진정해. 버리라는 것이 아니잖아. 잘 돌봐주시고 키워 주실 친정 부모님이 계시니까 다행이지.


뭐라고? 우리 부모님께 맡기라고? 자기도 그런 생각이었어? 우리 윤아는.....


봉 주리는 장 자성 어머니를 만나 받은 수모보다 더 한 고통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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