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의 양육 문제로 언쟁을 벌인 두 사람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부모님의 상견례 날이 왔다.
부모님들끼리 정중하게 인사만 나누고 주로 두 아버지의 대화가 이어졌다.
많이 놀라셨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양가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형편이라 빠른 시일 내에 결혼식을 하도록 아들에게 일러놨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성인들이 둘이 좋다 하니 자기 선택에 책임을 져야겠지요. 딸 하나 있는 것은 저희가 따로 맡아 키우겠습니다. 돌이 되기 전부터 같이 데리고 있어서 정이 들만큼 들었고 둘이 사는데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요.
죄송한 말씀이긴 한데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희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자주 왕래하면서 빈자리 못 느끼게 잘 보살피면 되지요.
밀어붙이는 상황에 아무 말도 못 하던 봉 주리와 장 자성은 부모님들을 배웅한 후에 차에 올랐다. 아까부터 참고 있던 눈물이 봉 주리의 눈에서 뚝뚝 떨어졌다. 장 자성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봉 주리를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장 자성을 사랑한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찾은 것 같다. 그의 아기를 가진 것도 기쁘다. 결혼식을 앞당기는 것도 좋다. 그런데 윤아는 그 자리에 왜 없어야 되는지, 이 미친 사랑을, 경솔하기 짝이 없는 철딱서니 없는 사랑을 한없이 자책한다. 윤아를 위한 결혼, 아빠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결혼은 이제 헛말이 되었고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윤아를 데려가야 결혼한다고, 윤아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말 못 하는 자신을 경멸한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다. 그 미천한 사랑 때문에, 우리 아기 때문에......
봉 주리는 장 자성과 아기를 놓칠 수 없어 윤아를 희생시키는 자신을 자책하며 몇 날 며칠을 울다가 부모님 앞에 나섰다.
윤아를 놓고 혼자 잘 살겠다고 결혼하는 저를 용서할 수 없고 아버지 어머니 대할 면목이 없어요. 저는 왜 계속 이렇게 사나 모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라. 윤아는 우리가 잘 키울 테니 걱정 말고 너희끼리 잘 살면 돼. 안 볼 것도 아닌데 왜 그러니. 조만간 아기도 낳으면 너 퇴근할 때까지 우리가 봐줘야 할 텐데 매일 볼 수 있잖아.
그래서 집을 근처에 얻으려고 알아보고 있어요.
그래, 잘 생각했다. 너는 매일 오겠고 윤아도 자주 너희 집에 드나들 수 있으니까 좋지.
봉 주리는 친정 바로 아랫집에 전세를 구해 계약을 했다. 장 자성은 사회 초년생이라 벌어 놓은 돈도 없었고 부모님 경제 사정상 보조할 형편도 못 되어 봉 주리 혼자 전세금을 마련했다. 어느 정도 금전적 여유가 있는 봉 주리에게 그 정도는 부담이 안 되었고 장 자성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했기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휴일이 되어 봉 주리가 윤아와 모처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결혼해서 분가한 남동생이 부모님을 찾아왔다. 동생이지만 장남이라 누나의 신상에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전한 듯하다. 남동생이 주리의 방 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