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엄마한테 다 들었어. 재혼한다며? 임신도 하고? 이 진상하고 1년도 못 살고 헤어지더니 남자가 눈에 들어와? 윤아는? 이혼 후 부모님께 어린애 맡겨 고생시키고 이제 윤아마저 놔두고 저 혼자 잘 살겠다고 재혼을 해?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나는 재혼하면 안 되나? 사랑하니까 하는 거지. 윤아는 따로 살지만 가까운 곳에 살면서 매일 볼 거야. 너는 상관하지 마.
사랑? 사랑 좋아하시네. 나쁜 년......
아니, 누나한테 무슨 말버릇이니? 그만해라. 누구보다 힘든 건 누나니까 그만해라. 이제 어쩔 수가 없다.
누나가 누나다워야지요. 아버지, 어머니는 누나가 어떤 짓을 해도 받아 주셔서 그래요. 이 진상 때문에 부모님 몇 년간 마음 고생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 와서 어떤 놈인지도 모르는 젊은 남자와 재혼하겠다니 용납이 안 돼서 그래요.
부모님에게 아무리 잘못을 해도 욕이라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 봉 주리는 남동생에게 나쁜 년이라는 생전 처음 듣는 욕에 충격을 받고 몸부림을 쳤다. 동생의 말이 백 번 옳았지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정말 장 자성이 이 뭐기에, 사랑이 뭐기에 이런 수모를 계속 겪어야 하나...... 말리는 동생과 부모님을 뒤로하고 차 열쇠를 들고 뛰쳐나갔다. 그런 상태로 운전을 하면 사고라도 날까 봐 차 문을 잡고 말리는 동생을 뿌리치고 운전석에 앉아 차 문을 잠갔다. 한바탕 엎드려 울다가 조금 진정이 되자 장 자성의 집 앞으로 달려가 그를 불렀다.
나 어떻게 해. 동생이 나보고 나쁜 년이래. 나는 저만 잘 살겠다고 애 버리는 나쁜 년이야. 이제라도 그만둘까? 전 남편과 헤어질 때는 온 가족들에게 갖은 수모를 겪게 하고도 모자라 이제 자기 만나려고 또 이런 고통을 겪게 하네. 난 정말 구제불능이야. 자기는 또 왜 내 앞에 나타나서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윤아랑 잘 살고 있는 나를.
어떤 상황에서도 장 자성과 헤어질 생각이 없는 봉 주리는 마음에 없는 말로 그의 위로를 바랐다.
모두 각오한 일이야. 부모형제들보다 먼저 윤아에게 미안하지. 그렇지만 우리가 윤아를 버리는 것 아니잖아. 윤아에게도 잘할게.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울지 마.
눈물을 닦아주는 장 자성의 품에 안겨 마음껏 울음을 쏟아내던 봉 주리는 동생과 언쟁을 하고 나올 때 문 앞에서 울먹거리며 서있던 윤아가 생각나 더욱 울음이 거세졌다. 누가 뭐라고 해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겪는 아픔이 장차 윤아가 겪게 될 고통보다 더 할까 하는 생각에 이르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