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하다 애틋해

by Anima

봉 주리는 매일 친정으로 오가며 애들 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장 자성은 ‘영업은 기업의 꽃’이라며 늦게까지 돌아다니는데 뭐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주말만은 집에서 오붓하게 보냈으면 하는데 주말마저 약속 있다고 나간다.


그날도 장 자성이 토요일인데 또 늦는다고 해서 봉 주리는 밀린 집안일 때문에 어머니에게 잠깐 애들을 부탁하고 집으로 왔다. 안방 침대에는 전화기가 거치대를 벗어나 널브러져 있고 무엇에 쫓기듯 나간 것처럼 어수선했다. 안방을 정리하고 작은방으로 들어가니 책상 위에 컴퓨터가 켜진 채로 있었다. 장 자성의 이메일이 열려 있었다. 부부 사이라도 개인 정보를 열람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평소 장 자성의 수상한 행적이 있었기에 열린 메일을 그대로 닫는 것은 아내로서의 직무유기라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자성에게


막상 편지를 쓰려니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아침부터 줄곧 비가 내릴 듯 말 듯 무지 심란하고 우울한 날씨야.

화이트데이와는 느낌이 전혀 맞지 않는 분위기구.

그래도 너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밝아진 느낌.

한편으론 뭔가 허전하고 가슴 한 구석이 아린 듯한 느낌도 있어. 신승훈의 ‘처음 그 느낌처럼’ 또 너 모르는 노래니?

처음 느낌처럼 좋은 감정으로 좋은 사람으로 남았으면 해.

한 가지 너랑 통화하면서부터 달라진 게 있어. 채팅을 안 한다는 것.

어쨌든 이 편지의 제목처럼 이 편지를 쓰는 순간 참 보고 싶다.

사탕은 받은 걸로 할게. 받은 것보다 훨씬 기뻤으니까.

그럼 또 안녕.

처음부터 널 사랑하진 않았지.

그저 친한 친구로만 느꼈을 뿐. 캔디로부터

날 좋아한다고...

너, 멜 받아보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지? 그래서 보낸다. 네가 좋아하니까.

근데 난 작문 실력이 형편없어. 이해해 주라.

오늘도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 지나가는 거 보이니 안 보인다고? 바보...

요즘 와서 너 나한테 많이 따지더라. 많이 궁금해하고...

아주 많이 좋아하는구나. 나를...ㅎㅎㅎ

아직은 잘 모르지만 착한 거 같아. 기분 좋지.

조금 후면 잘 텐데, 내 꿈 꾸고, 뽀뽀 너무 세게 하지 말고...

내일 전화할게. 잘 자~~~ 자성으로부터

잘 지내지?

별일은 없는지~~ 난 잘 지내~~

네가 많이 보고 싶지만 막상 널 보면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 그거 알아?

어쩌면 네가 날 보고 싶어 하는 거보다 내가 더 보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르겠다.

널 보면 화가 나. 내가 뭐 하나 싶어서...

그런 날 이해하니?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그냥 안부 멜이다. 잘 지내~ 상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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