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여자

by Anima

장 자성이 열어 놓고 나간 메일에는 캔디와 상희라는 여자와의 대화가 있었다. 봉 주리는 장 자성이 자신을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의 열정적인 사랑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낌없이 모든 걸 주었다고 생각했다. 남과는 다른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지지고 볶고 싸우고, 바람피우고, 사네, 못 사네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숟가락 하나만 가져가겠다던 그의 말도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장 자성이 월급을 가져오지 않아도 달라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다른 여자와 주고 받은 애틋한 편지를 보란 듯이 열어 놓고 나갔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우선 그 메일을 출력했다. 몸이 안 좋으니 주성을 하루만 재워 달라고 어머니께 전화를 하고 장 자성을 기다렸다. 12시가 다 되어도 들어오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30분 후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 후로 1시간도 넘은 새벽 1시에 들어왔다. 술도 먹지 않은 말짱한 모습이다.


여자 만나고 다녀?


무슨 소리야? 여자를 왜 만나?


그럼 이 편지 뭐야? 한 여자도 아니고 캔디, 상희?


왜 남의 메일은 뒤지고 그래?


자기가 보란 듯이 열어 놓고 나갔잖아.


그냥 친구야, 메일 친구야. 신경 쓰지 마.


신경 쓰게 해 놓고 신경 쓰지 말라고?


정말 그냥 친구야.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런데 이렇게 애틋해, 친구 사이가.


아, 피곤하네. 나 씻을게.


화장실로 들어가는 장 자성을 바라보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친구 사이에 오가는 내용이 아니지만 그냥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교양, 애 엄마, 교사 신분이고 다 던져 버리고 미친 여자처럼 발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후에 똑같은 일이 생겼다. 장 자성이 또 메일을 열어두고 나간 것이다. 그리고 또 며칠 후에 다시 또, 세 번째 그의 메일을 보았다. 캔디는 어느새 사라지고 상희만 장 자성의 여자로 남았다.


To : 자성

내일은 추울 거래. 새벽바람은 아직도 차다.

어서 봄이 왔으면. 그러면 우리 마음도 따스하게 풀어지려나?

박 혜경이란 가수의 ‘하루’라는 노래를 들었다. 슬펐어. 마치 내 얘기처럼.....

아주 많은 날이 흐른 것 같다. 잘 지내~~ 안녕~


To : 상희

이런 아름다운 카드는 당연히 처음이고, 그것도 너한테서......

너는 정말 착하고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고 너무 귀엽고, 너무해......

드디어 내일이군, 우리의 운명적인 만남이!

내일 우리 뜨겁게 만나 보자. 그리고 뽀뽀도, ㅎㅎ 나, 너 정말 보고 싶다. 나 만나는 좋은 꿈 꾸고. 사랑해! 안녕!


To : 자성

잘 갔지? 나도. 좀 전 전화에 왜 널 사랑하냐고? 그냥, 넌 좋은 사람이니까, 날 많이 사랑해 주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래. 내가 필요하면 갈 거구, 또 전화하고 싶으면 할 거구.

어제 안 만나겠다는 말을 할까 했는데 못 했어. 그러기엔 내가 너에게 너무 가 있어서......

네가 날 좋아할 구석이 무얼까 생각해 봤는데 아직 모르겠어.

이렇게 바보 같은 날 끝까지 사랑할 자신이 있니? 언제까지라도?

내일 비 온대. 비 오면 네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은데, 너는?

우리 또 언제 만나지? 약속은 못하겠다. 하지만 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넌 올 거니까......

내가 사랑하는 너에게 네가 사랑하는 내가 썼다.


장 자성이 나가면서 메일을 열어 놓고 간 것이 세 번째다. 백번 양보해서 두 번 까지는 실수라 해도 세 번째는 의도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장 자성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을 봉 주리에게 말로는 차마 못하고 메일을 보게 했다. 그래서 나 이런 남자니까 이제 놔달라는 무언의 행동일 거라는 구차한 추리까지 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상희와 자성의 구구절절, 애틋한 연서는 6개월에 걸쳐서 주에 한 번씩은 주고받는 것 같았다. 각각 가정을 가진 그들의 은밀한 메일을 본 봉 주리는 온몸을 칼로 에이는 듯 고통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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