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과 연민

by Anima

장 자성이 주말에도 나가는 날에 봉 주리는 윤아와 주성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점심은 어머니의 밥상으로 해결하고 왔기에 윤아가 좋아하는 궁중떡볶이를 만들었다. 윤아는 그동안 주성을 귀여워하며 잘 데리고 놀았다. 아기띠를 두르고 업어 주기도 하면서 누나 노릇을 했다.


봉 주리가 윤아를 낳은 지 10년 만에 출산을 했으니까 윤아와 주성의 나이 차이는 10살이 된다. 남매의 나이만 봐도 무슨 사연이 있나 궁금해할 만하다. 아들 보려고 그랬구나 할 수도 있다. 의도한 일은 아니지만 맏아들인 장자성의 아들을 낳게 된 것은 무척 다행이다. 결혼을 심하게 반대를 하던 시부모님의 감정이 누그러지게 된 것도 주성이 덕이다.


한편으로 윤아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장 씨 집안 호적에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시집살이하는 것도 아니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는 이 진상의 성을 물려받은 이 윤아는 장 윤아가 될 필요도 없다.

해가 질 때까지 주성이를 보던 윤아가 하품을 하기에 작은방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


윤아야, 내일 일요일이니까 여기서 자고 가.


아니야, 졸려서 그래. 잠깐 누워 있을게.


그때 장 자성이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윤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할머니네 간다고 현관으로 향한다.


윤아야, 자고 가. 내일 일요일이잖아. 여기서 자고 할머니네서 옷 갈아입고 내일 공원에 놀러 가자.


그래. 윤아야, 내일 아저씨 차 타고 놀러 가서 맛있는 것도 먹자.


그냥 갈래요. 안녕히 계세요.


자고 가면 좋을 텐데...... 내가 데려다줄게.


아니야, 바로 앞인데, 뭐. 혼자 갈 수 있어.


자성 씨, 윤아 좀 데려다주고 와. 윤아야, 내일 아침 먹고 데리러 갈게. 옷 입고 기다리고 있어.


어깨가 축 처진 채 문을 열고 나가는 윤아의 뒷모습을 보며 봉 주리는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후로 몇 날이 지나도 몇 달이 지나도 윤아의 쓸쓸한 뒷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죄책감과 연민으로 고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와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스르르 잠들던 윤아는 이제 할머니와 함께 잔다. 어쩌다 장 자성이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나 몸이 편치 않을 때는 집으로 가지 않고 친정에서 윤아와 자기도 했다. 그럴 때는 다음 날 출근하는 딸을 위해 어머니가 늦게까지 안 자는 주성이를 안고 재워 주셨다.


장 자성이 늦게 오는 날이 늘어날수록 봉 주리가 친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평일에 친정을 오가느라 여유가 없었기에 주말만은 주성에게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장 자성이 토요일에 약속이 있다고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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