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신혼 생활

by Anima

여러 사람의 축복 속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마친 두 사람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 봉 주리가 오래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한 탓도 있고 장기간 여행을 다니기에는 복직 날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호텔에 들어서자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와 침대에 털썩 누워 버렸다. 그야말로 첫날밤도 아니기에 남들처럼 설레지는 않았지만 부부가 됐다는 안정감에 마음은 편했다. 낮에는 택시기사가 전담해서 이곳저곳 다니며 사진도 찍어 주었다. 구경하고 사진 찍다가 비슷비슷하게 신혼부부 티를 내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도 나누며 3박 4일의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둘이 없는 동안 윤아와 주성을 돌봐주신 부모님께 큰절 올린 후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을 받고 저녁에는 장 자성 집으로 갔다. 현관문을 열어 준 사람은 동생이었다. 결혼식 전에 시부모님과 형제자매와 같이 한 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여동생이다. 장 자성 집에 전화를 했을 때부터 봉 주리를 퉁명스럽게 대했고 처음 볼 때는 시답잖은 눈으로 봉 주리를 훑어보았기에 봉 주리 역시 시누이자리가 탐탁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을 희생시키고 대학을 졸업한 오빠가 새언니라고 데려 온 여자가 고작 나이 많은 애 딸린 이혼녀라니, 그 심정 충분히 이해는 한다. 제주에서 가져온 건강식품과 어머니가 마련해 주신 이바지음식을 내놓고 큰절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다.


친정에서 한 골목 내려온 아랫집으로 이사하고 복직한 봉 주리는 출근할 때 갓난아기 주성을 친정에 맡기고 퇴근 후에 데리고 와서 돌보는 일을 반복했다. 초등학생인 윤아와 주성을 맡아 주시는 부모님께 한없이 죄송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문제는 밤에 돌보는 일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아기가 낮에 실컷 자고 밤에 안 자는 것이다. 봉 주리는 내려놓으면 우는 아이를 안고 서성거리다 지쳐서 장롱에 기대고 졸고 있으면 장 자성은 코를 골며 잘도 잔다. 몇 번 흔들어 깨우지만 한두 번 어르다가 다시 쓰러져 자고 만다. 다음 날 출근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주성을 재우는 일은 거의 봉 주리 몫이다.


한집에서 살다 보니 장 자성의 행동이 그대로 드러났다. 몇 시간 눈도 못 붙이고 아침에 부랴부랴 아이를 챙겨서 친정으로 가는 것은 봉 주리가 하는 일이다. 봉 주리보다 늦게 출근하니까 같이 거들만 한데 나 몰라라 하고 잔다. 아기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서 맡기면 어머니가 애써 차려주시는 밥은 시간이 없어 못 먹고 나오는 때가 많다. 어머니가 장 자성의 아침밥도 챙기려 하지만 그마저 받아먹을 만큼 뻔뻔하진 않은 것 같다. 퇴근 후에는 친정으로 가서 밥을 먹고 올 때가 있는데 장 자성에게 퇴근 후 데리러 오라 하면 일이 있어 늦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낑낑대며 혼자 아기를 싸안고 집으로 온다.


저녁은 먹었어?


응, 거래처 사람이랑 먹고 왔어.


가끔 나랑 주성이 좀 데리러 와서 저녁도 먹고 같이 가지, 매일 집으로 혼자 들어가?


바쁘고 피곤해서 그래.


한마디 하더니 웃옷을 팽개치고 침대에 풀썩 쓰러진다. 오늘도 봉 주리는 졸린 눈을 비비며 주성을 안고 업고 밤을 지새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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