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주시길

by Anima

봉 주리는 자리에 비스듬히 앉고 어머니는 딸을 위해 미역국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아버지와 윤아는 아기 주성을 바라보았다.

아기가 콧날이 오뚝하고 얼굴이 뽀야네. 엄마보다 아빠를 더 닮은 것 같다.


아버지의 말에 봉 주리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장 자성을 닮은 아기를 낳게 해달라고, 책상 앞에 귀여운 아기 사진과 연예인 사진을 놓고, 수업 시간에는 틈틈이 예쁜 아이들만 바라보지 않았던가. 수업하는 일은 태교가 저절로 되었고 쉬는 시간은 아름다운 시를 필사하며 보냈다. 집에서는 손으로 여러 가지 소품을 만들었고 임신 중기에 먹으면 아기 피부가 뽀얘진다고 해서 꿀도 한 술씩 먹었다. 잠자기 전에는 태교음악을 들었다.

그에 비해 윤아를 가졌을 때 생각하면 미안하기 짝이 없다. 임신 초기부터 이 진상에게 받은 스트레스로 늘 불안감을 느끼며 살았다. 태교는커녕 눈물로 세월을 보낸 시기였다. 윤아와 친정에 살면서부터는 다소 안정이 되어 뒤늦게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했지만 윤아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제 또 아버지가 다른 동생을 데리고 왔으니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된다.


할아버지, 이렇게 작은 아기는 처음 봐요. 꼬물꼬물 귀엽다. 엄마, 내가 안아 봐도 돼요?


마치 인형을 보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는 윤아에게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게 해 줬다.


봉 주리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 윤아는 아기를 안고 있고 장 자성은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머니는 밥상을 차리고 아버지는 윤아에게서 아기를 받아 자리에 누인다. 장 자성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모든 것이 모두 1년 반 안에 이루어진 일이다. 그렇게 반대를 하던 장 자성 부모님도 손주를 품은 봉 주리를 받아 줄 수밖에 없었다. 첫 손자를 안겨 준 봉 주리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입원 중에 아기를 보고 온 시부모님은 당신의 아들을 닮은 손자 생각에 흐뭇하여 봉 주리에게 수고했다며 맛있는 것 많이 사주라고 장 자성의 손에 축하금을 건네주었다. 장 자성은 그것을 어머니에게 주며 고생 많으시겠다며 봉 주리와 주성을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친정에서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은 지 두 달이 지나고 봉 주리는 곧 학교에 복직하게 된다. 지금처럼 1년에서 3년까지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기라 봉 주리도 길게 휴직을 할 생각이 없었다. 복직 전에 미리 세를 얻은 집으로 분가하기로 하고 그전에 결혼식부터 올리기로 했다. 휴직 기간이라 결혼식 한다고 알릴 필요도 없었고 신혼여행 간다고 따로 휴가를 맡지 않아도 되었다. 학교에는 알리지 않았고 친한 몇 사람에게만 알렸다. 그중에는 초혼 때도 초대했는데 질긴 인연으로 재혼 때도 초대를 한 몇몇 친구도 있다. 이미 봉 주리에게 체면과 부끄러움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얀색 예복을 입은 장 자성은 더욱 귀공자 같아 보였고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쓴 봉 주리였지만 긴 머리를 틀어 올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란히 입장하는 그 와중에도 머리모양이 신경 쓰여 그 미용실에 다시는 안 간다고 다짐했다. 봉 주리를 장 자성에게 건네준 아버지께 인사하고 두 사람은 주례 앞에 섰다. 봉 주리로서는 두 번째인데도 마구 떨리는데 처음인 장 자성은 빙글빙글 웃으며 여유가 있다.


신랑 장 자성 군과 신부 봉 주리 양은 양가 부모님과 친지 여러분을 모신 자리에서 평생을 함께 할 부부의 연을 맺었음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따뜻한 격려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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