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6)

by Anima

# 윤아


엄마를 본 지 한 달이 넘은 어느 날, 아빠는 나를 엄마에게 데려다주었다.

내가 보고 싶다고 울어서가 아니라 할머니가 보기 힘들다고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딸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힘들다는 내색을 하자

아빠는 일단 나를 놓아주었다. 이번에는 다른 작전을 쓰기로 한 모양이다.


외할머니는 혀를 차면서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어쩌면 애를 거지꼴을 만들어 놨을까. 돈 많다는 집에서 옷꼴이 이게 뭐냐.

엄마가 방에 들어서더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앞에서 울분을 터트린다.

미쳤어, 출근하는데 교문 앞에서 학생부장과 누가 실랑이를 하고 있어서 보니까 그 사람이지 뭐야.

못 본 척하고 막 들어갔어. 차 없었으면 동료와 애들 앞에서 망신당할 뻔했다니까.

나중에 학생부장에게 미안하다고 했더니 교장을 만나겠다며 봉선생 남편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고 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교문에서 막았다는 거야.


아빠는 참 별나다.

나를 안고 출근길에 막아선 것은 그렇다 쳐도 직장에까지 찾아가서 어쩔 셈인지,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쫓아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엄마는 그놈 때문에 학교에서 망신 다 당하고 어떻게 다닐까 모르겠다고 하며 엉엉 운다.

뱃속에 있을 때 들어 본 엄마의 울음소리가 생각난다. 그때보다 더 서럽게 운다.

엄마가 나가지 않으면 나는 좋다. 그렇지만 엄마는 싫어할 것이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며칠 후 엄마는 학교 행사가 있다고 예쁘게 차려입고 나갔다.

잘록한 허리를 돋보이게 몸에 붙는 검은색 원피스에 빨간색 재킷을 담방하게 걸쳐 입었다.

사진 찍는다고 할아버지에게 카메라도 빌려 갔다.

예쁜 옷을 입은 엄마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엄마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는 행사라 학교에 와서 나를 보고 갔나 봐.

메일을 보냈는데 애 버리고 도망갔던 년이 카메라 들고 설치는 꼴이 가관이라고 교단에서 쫓아내 버리겠다고, 아니면 공기총으로 쏴 죽여버린다잖아. 이미 학교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됐어도 뻔뻔하게 다녔는데

이제 무서워서 어떻게 다녀? 너네 식구들 다 회를 떠서 죽인대. 끔찍한 말만 써놨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쏟아지고 엄마는 아빠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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