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7)

by Anima

# 봉변


그 남자의 횡포가 극에 이르렀다.

근무 중인 학교에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해서

있는 말 없는 말 늘어놓는 게 일상이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동료든 사무보조원이든

연결만 되면 봉 선생 험담을 하는데

별 미친놈이 다 있네 하면서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동료 남편이라니 끝까지 네, 네, 하며 들어주는 사람도 있다. 생기발랄 봉 선생에게 이런 일이 있나 하는 호기심에 더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봉 선생이 옆에서 듣고 있는데 전화를 받은 동료에게 험담을 해서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평소에도 여러모로 호기심을 발동하는 사람이라, 네, 네 그렇군요. 그러시겠지요, 해가면서

맞장구를 치니 옆에 있는 봉 선생은

소태 씹은 표정으로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의 압권은 교장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 학교에 봉선생이라고 있지요?

그 여자 아주 못된 여자예요.

애를 버리고 도망가지를 않나,

바람피우고 다니지를 않나, 엄마 자격도 없는

그런 여자가 어떻게 교단에는 선답니까?

당장 그 여자를 파면하지 않으면 내가

교장 선생도 고발해 버릴 거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저를 고발한다고요?

무슨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교장은 남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 어렵게

그 자리에 오른 여자다. 목소리만 들어도 남자의 됨됨이가 못났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봉 선생의 평소 태도로 봐도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내심 편치 않았다.


봉 선생님, 오해하지 말고 잘 들으세요. 사실은 어제 남편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했어요.

봉 선생님이 이 학교에 있으면 계속 전화하고 협박을 할 텐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가정일로 학교에 피해를 준 점 사과드립니다.

이번에 고등학교 전보 내신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그러시군요. 참 다행이네요. 이번부터 근무 성적과 경력 점수로 뽑는다니 봉 선생님 꼭 되실 거예요.


이런 것을 전화위복이라고 하나 보다.

가르치기는 천방지축 중학생보다는 말귀를 잘 알아듣는 고등학생이 더 수월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남자 덕으로 고등학교로 가게 됐으니

그 진상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 보다.


하루에도 여기저기 수십 통씩 전화하던 남자는 그래도 분이 덜 풀렸는지 골목에 잠복하고 있다가 퇴근하는 봉 선생에게 강펀치를 날리고야 말았다.

동료들과 나란히 퇴근하고 나오는데 다짜고짜 다가가서 뺨을 한 대 후려치고 한 대를 더 치려는 찰나 놀란 동료들이 뜯어말리면서 사람들 없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고 카페로 데리고 갔다.

다시 살자, 못 산다, 못 살면 결혼 때 준 예물

다 내놔라, 못 준다.....

티격태격하다가 동료들이 잡아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충혈되고 퉁퉁 부은 채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봉 선생 부모는 더 이상 들어가서

참고 살라는 말을 안 하기로 했다.


사람도 아니다. 그놈은.

줘라, 그까짓 패물 가지고 있다가는

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

그것도 그 어미가 시킨 짓일 거야.

모자가 쌍으로 잘도 논다.


행패 부리는 아들을 피해 며느리와 달빛 흐르는 공원에 나와 두 손 잡고 다짐을 하던 시모였다. 합심해서 사람 하나 만드는 셈 치고 다독이면서

참고 살아보자더니 점점 시모도 변해 갔다.

패물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도 시모 입에서 먼저 나왔을 것이다. 며느리 들일 때 패물을 다섯 세트 해줬다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더니 일 년도 안 되어 아들과 헤어지는 마당에 기어코 빼앗아야 속이 시원했나 보다.


봉 선생이 출근 한 사이에 찾아온 모자에게

부친은 보자기에 싼 패물을 차창 너머로 넘겨주고

이제 청산했으니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다.


아버지, 그건 줄 필요가 없었어요. 결혼 때 받은 것은 돌려줄 의무가 없는 거예요.

그런 것도 아는 똑똑한 봉 선생이 왜 그런 남자를 선택해서 결혼했을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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