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밥상

by Anima

한바탕의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 봉 주리는 손 상희가 장 자성에게 보낸 메일을 찾아 전화로 못다 한 말을 그 여자에게 쏟아부었다. 주고받은 메일 내용과 장 자성에게 얻어 들은 그 여자의 신상정보를 최대한 이용해서 압박했다.


손 상희 씨, 장 자성이 사랑하는 손 상희 씨.


할 말이 많으나 만나지 못해 이렇게 메일로 해요.

남편과 자식 있는 여자가 아내와 자식 있는 남자를 만나고 다니니 그렇게 행복하던가요?

노원구에서 미술학원 하시고 청담동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과 아들 키우고 산다면서요.


나도 아무 여자에게나 내 사랑을 남발하고 다니는 남편과 아들 키우고 사는 여자예요. 여러 여자와 채팅 경쟁을 하다 결국 상희 씨에게 낙찰이 되었군요. 축하해요!


그냥 친구, 메일 친구라고요? 얼마나 둘이 마르고 닳도록 만났으면 입술이 마를 날이 없던가요? 뭣도 모르는 남편이 상희 씨를 만질 때도 장 자성이 생각난다고요? 참 너절한 사랑이네요.


5살 연상이라고 하니 장 자성은 연상 킬러가 되는 건가요? 내가 그랬듯이 장 자성의 훤칠한 용모와 매끄러운 말솜씨에 상희 씨도 넘어갔나 보군요.

장 자성이 아들이고 뭐고 다 버리고 상희 씨만 응하면 가정을 박차고 나가려고 각오가 대단하던데 설마 상희 씨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그나마 메일에 일말의 양심보다 두려움이 느껴지더군요.


그 밥에 그 나물 먹다 보니 식상했나요? 새로운 밥상을 받고 보니 식욕이 당기던가요?맛볼 만큼 맛보았으니 이제 그만 드시지요.

더 드시겠다면 댁의 천진한 남편과 대구에 있다는 어르신들께도 알려서 폭식의 고통을 같이 나누도록 할게요.


이것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마지막 만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옥의 밥상을 받고 있는 장 자성의 아내로부터


그 여자의 연약한 목소리로 보아 봉 주리의 메일을 받고도 장 자성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만날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메일을 덮는 즉시 당장 학원으로 들이닥쳐 머리끄덩이라도 잡을 여자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봉 주리는 화가 안 풀린다. 글이 공개되는 유명 포털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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